무지개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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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반세기를 함께한 등산배낭을 떠나보낸다

OnRainbow 2020. 8. 23. 22:49

1996년으로 기억된다.

아무것도 모른 채 동대문 등산장비점 찾아가

사장님이 추천하는 당일치기용 배낭 하나 짊어지고 집에 온 것이.

어렴풋하게 그때 돈으로 3만 원 했던 걸로 기억된다.

그 당시 60리터 배낭이 6만 원 했으니

싸구려는 아니었다.

 

주인 잘 못 만나서 사반세기 고생만 한 등산배낭.

 

 

멜빵 뜯어져서 꼬매고

세제 넣고 빨아서 방수막 없애버리고

옆구리 버클 양쪽 다 깨지고

허리 벨트 보호덮개(?) 불편해 뜯어내 버리고

밑동이 뜯어져서 거지꼴이고

보는 친구마다 갖다 버리라고 날리

 

이 녀석 등에 메고 오른 산이 적어도 130곳은 될 텐데

너무 막 대했네...

미안~

그래도 너 덕분에 살아서 내려왔다.

고마워~

 

아주아주 예전 다큐에서 고인이된 여성 산악인 지현옥 님이 한 얘기가

갑자기 떠오른다.

"지긋지긋한 배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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