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타고

산티아고는 멀잖아~ 가까운 맛에 걸어보는 운탄고도 본문

Personal

산티아고는 멀잖아~ 가까운 맛에 걸어보는 운탄고도

OnRainbow 2019. 6. 2. 00:54

친구넘이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한 환상에 푹 빠져있어서,

산티아고는 머니깐 가까운 운탄고도 먼저 걸어보라고 추천했더니

등산은 싫다네?

 

산꾼들은 임도길 지루해서 안 가거든!

여긴 너처럼 등산 싫어해도 원 없이 걷고 싶어 하는 이에겐 아주 제격이야!

 

그리 말해도 별 반응이 없는데...

괜히 내가 가보고 싶은 마음이 점점 앞서기 시작~

그럼 내가 가지!

무박 종주로 41km를 끊어보지 뭐~

 

그래서 3월부터 산행 거리도 늘리며 체력도 쌓고,

무릎 보호대도 장만하고,

등산화도 새로 장만하고,

밤중에 멧돼지 만나면 많이 무서울 거 같으니 조카넘도 꼬시고...

 

참고로

툴리스-소프트 플러스 무릎 보호대 괜히 샀음.

선지자 말 듣고 잠스트 살걸...

3월 중순 트렉스타가 맘에 들었는데 치수가 안 맞아 환불.

다시 트렉스타 치수 맞춰서 샀는데 복숭아뼈 통증 때문에 수선 받고

그래도 복숭아뼈가 계속 아파서 결국 불량 판정 받고 환불.

(혹시라도 새 등산화가 복숭아뼈 통증을 유발한다면 적극 대응해야 함.

이 복숭아뼈 통증이 어느 정도냐면 아파서 걷질 못 한다고 보면 됨.)

캠프라인 구매했는데 가죽 불량이라서 교환.

산 다닌지 20년 넘는 동안 등산화 사기가 이리 어려웠던 적은 없었다...

결국은 교환품도 늦게 도착해서 그냥 낡은 통가죽 등산화 신고 갔음.

 

사설은 그만하고 운탄고도 임도길 계획을 정리하면...

 

일단 운탄고도를 만항재-화절령-새미재-예미역 까지 총 41km 라고 봤을 때

만항재-화절령 구간을 1구간 16km,

화절령-새미재-예미역 구간을 2구간 25km

라고 나눠서 접근하는 게 이래저래 편리함.

 

아래처럼 일정을 잡으니, 만항재에서 예미역 까지 최대 이동 시간은 약 16시간.

비상용으로 1시간을 꿈쳐두면 결국 15시간 내에 운탄고도 종주를 마쳐야 함.

예상 평균 이동 속도 약 2.7km/h

 

청량리 (23:20) → 고한 (02:43) 열차 14,300 원

고한 → 만항재 휴게소 (03:10) 택시 16,xxx 원

예미 (19:25) → 청량리 (22:18) 열차 12,500 원

 

해 떨어지기 전에 일정을 마무리해야 하니 해가 가장 긴 하지 때가 좋겠지만,

조카 시험기간에, 장마 가능성도 있어서 5월 말경으로 거사일을 예상.

 

여기서 중요한 게 운탄고도 중간 어디에도 물품을 보급 받을 곳이 없다는 것!!

다른 건 몰라도 식수는 모두 챙겨가야 함.

그래서 10km에 1L 예상하니 41km에 총 4L,

두 명이니 4L * 2명 = 8L 이를 무게로 바꾸면 8kg을 나눠지고 가야 함.

한여름이라면... 아~ 끔찍하다.

 

5월이지만 해발 고도 1천 미터가 넘으니 새벽엔 쌀쌀할 것이기에

잠바, 장갑 챙김.

 

그리고 이동식은 알아서 챙기고, 다른 준비물은 일반 산행과 동일.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운탄고도 일정의 시작~

 

주말 밤기차는 예나 지금이나 사람이 많음.

다행히 원주에 다수 하차.

그러나 여전히 소란스러워 한 잠도 못 잠.

 

02시가 넘은 시간 고한역 앞에 문을 연 음식점 없음.

혹시나 해서 사가져온 김밥을 객실에서 먹길 잘 했음.

 

택시 타고 만항재 휴게소를 향해 가는 중에 함백산 이정표가 보이는데

한겨울 함백산 정상에서 화이트 아웃에 갇혔던 옛일이 떠오름.

그때 산행 중에 만난 산악회 아니었으면 어떻게 됐을지...

 

 

운탄고도 자료를 검색하면 자전거족, 캠핑족이 작성한 게 대부분이라

우리 같은 두발족에게는 조금 딴 나라 얘기가 많은데

야간 이동 상황을 단촐하게 글로 옮겨보면

5월 강원도는 여전히 추움.

잠바, 장갑, 수건 강추.

임도길은 예상대로 걷기에 무난함.

풍력발전기 날개 돌아가는 소리가 우렁참.

풍력발전기 항공장애등이 번개 치듯 번쩍 거림.

좌우 수풀에서 무슨 소리가 계속 들림.

고라니, 토끼가 튀어나와도 놀라지 말 것.

다시 말하지만 여긴 강원도임.

다행히 멧돼지는 보이지 않음.

좌우 수목이 높게 치솟은 게 깜깜한 밤중이라 겁나게 무서움.

깜깜한 숲 사이로 가로등이 보여서 저게 뭔가 했음.

혜선사 근처 였던듯.

새벽 숲 냄새가 아주 좋음.

 

이렇게 밤길을 걷다보면 04:30 여명이 밝아오고,

05시 날이 밝음.

 

 

그런데 3km 이동쯤에 예상치 못한 상황 발생.

내 등산화만 걱정했는데 엉뚱하게 조카 등산화에 문제 생김.

조카가 전부터 신던 등산화라 해서 별 걱정 안 했는데

이넘이 키와 함께 발도 자라서 상대적으로 등산화가 작아져 버린 것.

이런...

 

등산화를 서로 바꿔 신어 보고, 깔창도 빼보고 했지만

여전히 통증 호소.

음...

 

아쉽지만 운탄고도 임도길 종주는 포기.

그대신 1구간 백운산 마천봉 찍고 화절령에서 하산하기로 일정 변경.

물론 조카는 여전히 아프지만 되돌아가나 전진하나 거리가 어중간한 상황.

아님 내가 못 된 삼촌?

 

만항재에서 약 12km 지점에 마천봉 이정표가 나오고,

살짝 오르막 등산로를 걷다보면 07:40 백운산 정상.

이렇게 162번째 산 찍음~

 

 

이곳에는 쉼터가 자주 있는데 신기하게도 소화기가 비치되어 있음.

소화기 비치된 쉼터는 처음 봄.

 

해발 고도가 1400m 이고 날씨가 좋아서 전망이 기대 이상~

왠만한 주변 산이 발 아래에.

여기에 운해까지 봤다면 금상첨화일텐데.

 

 

마천봉에서 마운틴탑 까지의 등산로는 너덜지대라고 보면 됨.

마운틴탑에서 도롱이 연못 까지의 등산로는 숲이 울창함.

그런데 뒤쪽에서 난대 없이 사람 소리가 들려서 깜짝 놀람.

이른 시간에 관광곤돌라 타고 온 듯한 아줌마 둘이 나타나더니

우리를 앞질러 쏜살 같이 내려감.

 

도롱이연못 근처 숨터에서 쉬었다 화절령으로 갈까 하다가

마운틴콘도 방향으로 하산.

거의 1km 마다 쉬니 땀도 안 남.

 

 

500m 가량 걷다보면 백운천(白雲泉)이라는 샘이 나타남.

햇볕 쨍쨍인 날이라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기분이랄까~

마시기엔 꺼림직 하지만 몸을 식히기에 이보다 좋을 수 없음!

 

 

이렇게 오아시스에서 쉬고 내리막을 조금 걷다보니 포장도로가 나오기에

보성사 앞에서 콜택시 불러서 사북고한버스터미널로 이동.

예매한 열차표는 전화로 취소하고, 고속버스로 바꿔탔는데

고속버스 요금이 열차에 비하면 상당히 비싸네...

 

보성사 → 사북고한버스터미널 택시 8,xxx

사북고한버스터미널 → 동서울 고속버스 21,900

 

이렇게 동서울터미널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리니 숨이 막히는 게

아 이건 아니야~

정선으로 다시 가고 싶다~

서울 근교와는 차원이 다른 맑은 자연을 접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길임.

 

이글을 작성하면서도 운탄고도 종주를 처음부터 다시 할지, 2구간만 갈지

열심히 머리 굴리는 중~

 

나도 권성동 같은 빽 있어서 강원랜드든 하이원 리조트든 들어가면 얼마나 좋아?

주말마다 운탄고도 걷게~

 

 

 

==추가==

가을 추석에 운탄고도 재도전~

 

산티아고는 멀잖아~~ 그래서 다녀온 운탄고도 100리 길 종주

출처: https://onrainbow.tistory.com/578?category=216911 [무지개타고]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