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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반바지에 쥐약인 캠프라인 애니스톰을 위해 손수 제작한 등산용 발토시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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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반바지에 쥐약인 캠프라인 애니스톰을 위해 손수 제작한 등산용 발토시

OnRainbow 2020. 6. 28. 21:06

작년에 낡은 등산화를 대신해 운탄고도를 종주하기 위해 구입한

캠프라인 애니스톰 델타.

 

지난 여름철에도 느꼈다.

20여년 동안 산 타면서 등산화 안으로 들어온 흙먼지, 나무가지 보다

애니스톰 넉 달 신는 동안 들어온 양이 더 많은 것에 놀라며

이 정도였다는 것을 알았다면

아무리 국민 등산화라 불려도 구매 안 했을 것이다.

 

그렇게 작년은 반바지 입는 기간 동안 18 18 하면서 보냈다.

그리고 다시 찾아온 반바지 기간...

작년처럼 그냥 손 놓고 당할 순 없지!

 

검색하니 발토시, 각반, 숏게이터, 숏스패츠 등 다양하게 불리며 

판매되는 기성품이 있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러나 아쉽게도 대부분이 개척산행에 적합해 보이는 재질로

투박하거나 방수, 통자형(?)이라

더운 여름 한철, 평이한 등산로 위주로 걷는 내게는 적당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생각 끝에 직접 제작하기로 결정!!!

 

참고로 1년 간 신은 바로는 캠프라인 애니스톰 델타의 큰 문제점은 밑창이다.

밑창이 중등산화에 걸맞지 않게 말랑한 것도 있지만,

흙길을 걸으면 등산화 밑창에 낀 돌조각, 흙이 많이 그리고 높게 치솟고

이게 옆 등산화 목 사이로 빠져들어간다는 것.

 

쉴 때마다 신발 벗어 터는 것도 짜증이고,

걸으면 보통 1시간은 걷는데 그동안 발바닥에 돌조각 끼는 것도 짜증이다.

 

 

일단 밑그림을 그려보자.

내가 봐도 그림이 참 그러네...

참고로 밑그림과 그에 맞는 작업 순서 구상하는데 3일 걸렸다!

 

 

원호를 그리며 발목을 자연스럽게 감싸는 것을 상상했는데

천을 앞에 놓고 가위를 들어보니

재단이 쉬운 작업이 아니란 걸 알게 됐다...

그래서 평이하게 직사각형으로 재단하고 검정 고무줄 넣을 자리 맞춰서 바느질 시작!

 

 

처음 구상할 때는 토시가 등산화 발등을 온전히 다 덮는 게 좋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천도 470 X 240 mm 로 넉넉하게 잘랐는데

대충 맞춰보니 눈밭용 스패츠도 아닌데 그럴 필요가 있나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

불길한데...

 

 

그리고 실이 제자리에 붙어 있지 않고 울퉁불퉁하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튼튼하게 온박음질로 했어야 했는데

반박음질로 해서 나타난 문제였다.

이쁘게 다시 바느질해야겠다.

검정 고무줄도 바꾸고.

 

 

그 결과물이 다시 나왔다.

바느질도 꼼꼼히 했고 넓적 고무줄로 바꿨다.

좀 낫다.

 

 

이를 갖고 개폐 가능하게 단추와 단추 고리를 달고

이때 튼튼하라고 천도 덧댔다.

 

 

그런데 발등을 많이 덮는 모양새라...

밑단을 살짝 자르고 다시 바느질.

 

 

최종적으로 아래처럼 바뀌었습니다.

밑단만 세 번 작업했다...

이쯤 되니 검지가 아파온다.

그 결과 크기도 440 X 120 mm 로 많이 단촐해 졌다.

 

참고로 단추 위치도 두 번 옮겼다.

발목 감싸는 정도로 고무줄 맞추는 게 생각보다 난해한 작업이었다.

 

 

자~

현장 검증이다!

등산화 위에 착용한 모습.

멋지네~~~

 

 

모양은 아마추어 냄새 물씬 풍기지만

90% 만족이다.

6월 주말마다 불암산, 수락산에서 검증한 바로는 아주 마음에 든다.

 

그럴일은 없겠지만

향후 업그레이드 버전을 제작하게 된다면

하늘 처럼 푸른 색의 알락달록한 천으로 만들면

더욱 시원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참고로 제작하는데 총 6일 걸렸는데

기존 기성품이 취향에 맞다면 기성품을 추천한다.

직접 만들어보니 사는 게 더 싸게 먹힌 다는 생각을 안 가질 수 없다.

 

 

그리고 발토시를 한 산꾼을 가끔 마주치게 되는데

그때 마다 그 등산화 상표가 어디 건지 궁금해 미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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