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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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시국에 임진각을 향해 걸어가다

OnRainbow 2024. 12. 16. 00:43

지난번 천안에서 군산까지 남쪽을 향해 걸었으니 

다음에는 북쪽을 향해 걷는 게 모양새가 좋아 보여,

작년 서울 한 바퀴 걸으며 임진각으로 걸어가면 좋겠다 생각한 게 떠올라

불광역 → 정발산역 → 월롱역 → 임진각으로 구간을 나눠 3회에 걸쳐서

임진각에 도착하게 됐다.

 

그사이 친일매국노 윤석열이 미친 계엄령을 선포하고

시민과 국회의원이 이를 해제하고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을 국회에서 탄핵하기에 이르렀다.

 

 

 

아무튼...

여행의 시작은 불광역에서 출발~

복잡 복잡한 시장 골목에도 임대 문의가 붙은 점포가 한둘이 아니다.

지방이건 대도시건 장사가 잘 안 되고 있는 작금의 현실을 다시금 느끼며

서오릉을 향해 고개를 하나 넘어간다.

 

 

 

일산은 한두 번 가 봤나? 하는데

걸으며 보니 아파트가 어마어마하다.

 

얼마 전 1기 신도시 재개발 선도지구 발표가 있었는데

지인 아파트가 화정에 있어 물어보니 안 됐다고 한다.

몇몇 전문가 논평을 보면 선도지구에 해당되든 안 되든

재개발, 재건축이 순탄히 진행되기는 기대난망이라고 한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집이 낡으면 고치며 사는 거지,

낡았다고 부수고 다시 짓으려는 발상은 자원 낭비 아닌가?

 

 

 

다행히 아파트 말고 논밭도 있었다.

그리고 예상치 않게 우리를 탈출한 닭들?

꼬꼬댁~ 소리에 고개들 돌려봤지만 처음엔 찾지를 못 했다.

닭 깃털이 나름 보호색이던 거다.

 

 

 

옛날에 친구가 등산화 신고 올랐더니 아기가 세 발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고 하던

그 정발산을 올랐다.

정말 자그마 하군.

그리고 이 많은 아파트가 있음에도 이곳저곳에서 여전히 아파트를 짓고 있다.

 

 

 

아파트 단지를 낀 전철길 옆을 걸어가는데 뜬금없이 웬 장독대?

안내판에 따르면 일산1동의 예전 지명이 독점말이라고 알려준다.

10년이면 강산도 바뀐다는데, 100년 전에 철도가 개통되며 변하기 시작 됐다니

그사이 강산이 열 번은 넘게 바꿨겠다.

 

 

 

계속 느끼지만 아파트 정말 많네.

근데도 또 짓는다. 많이 많이~

 

 

 

사전에 지도를 훑어보며 가급적 큰 도로를 벗어난 뒷길이나 인도를 찾았지만

어쩔 수 없이 마주한 1번 국도 갓길을 따라 걷는다.

그리고 표지판에 판문점...

갑자기 판문점이 나타나니 기분이 좀 묘하다.

 

 

 

이제 문산이 코앞이다.

여기도 아파트가 있지만 그나마 시골 분위가 느껴진다.

기러기란 녀석이 다가가도 경계도 별로 안 하고.

 

검색으로 알게 된 문산역 인근 한식뷔페에서 식사를 했는데

반찬 구성도 괜찮고 맛났는데

사람이 없어...

안타깝다.

 

 

 

드디어 나타난 임진각을 가리키는 푯말.

그리고 아마도 개성 송악산으로 생각되는 산의 모습이 흐리지만 보인다.

이제 조금만 걸어가면 임진각이다.

 

 

 

임진각을 가리키는 도로 표지판을 지나서 마주친 젊은 총각.

그런데 애가 어버버 하는 거야?

그러더니 휴대폰을 내보이며 한국말 잘 못 한다고...

그러냐고 나도 중국말 못 한다고~

번역기와 콩글리쉬 섞어가며 얘기하니

임진각을 향해 걸어가는 중이고, 서울 살고, 스무 살이고, 누이가 한 명 있고,

아빠는 내 또래이고 기타 등등.

 

그렇게 젊은 중국 청년과 임진각에 도착해

빠이 빠이 하고 내 갈 길 가려하니

또 이것저것 물어보고 사진 찍어달라고 전시용 기차 앞에 선다.

그래서 노 노 빨로미~

총탄 박힌 녹슨 기관차 앞까지 데려와 사진을 찍어주며 끝.

아래 사진에서 한쪽 귀퉁이에 서있는 사람이 그 젊은이다.

 

 

 

미군 참전기념비 앞에 서 있는 동상은 누구?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트루먼 대통령이었다.

6.25 전쟁 때 트루먼 대통령에게 도움 많이 받았으니 당연하겠다.

참고로 나무위키에 따르면 당시 미군 참전인원은 약 32만6천 명.

사망 3만3천 명, 실종 3천7백 명, 부상 9만2천 명.

예전에 읽었던 책에 있는 지도로 보는 한국전쟁 연표를 첨부한다.

 

 

 

평양까지 153km라는데...

임진각을 언제 다시 오게 되면 도라전망대까지 갈 수 있는 곤돌라를 타볼까 한다.

강화도 평화전망대에서 본 이북 느낌과 다를까? 같을까?

 

 

 

이렇게 불광역에서 시작해 55km를 걸어서 임진각에서 도착.

한반도에 내 발로 걸은 선 하나를 남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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