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타고
안개 낀 날 곤지암역에서 부발역까지 걸어가기 본문
세월이 바뀐 것을 이렇게도 알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과 함께 식사했던 이천 쌀밥정식집이 커피 가게로 바뀌어 있고,
가족과 함께 들렀던 온천은 아파트에 둘러싸여 있다.
저번에 이어 곤지암역에서 출발하는데 사방이 온통 안개로 부옇다.
이 안내 낀 날씨는 하루 종일 이어졌다.
아쉽게도.
오늘 여정은 작은 고개 두 개를 넘고 개천 따라 걸으면 끝.
일단 첫 고개를 넘기까지는 안개 때문에 사방 경계하며 조심히 걸어간다.
저 다리 아래 산책로처럼 보이는 길을 따라 징검다리를 건너면
차량이 많이 다니는 도로를 피해서 걸을 수 있다.
요즘 나무에 관심이 커져 주변에 쉽게 볼 수 있는 나무 관련 책을 여럿 읽고 있는 중인데
흔한 참나무 종류도 구분 못 하겠다.
불암산에서 내려오다 낙엽 몇 개를 주워 들고 갈참나무,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졸참나무 고민고민...
그러던 중 마주한 노랑 나무?
내용을 모두 기억하는 건 아니지만 읽은 책 어디에도 본 적 없는 나무다.
아마도 묘목을 기르는 농장에서 키우는 것으로 보이는데 줄기가 노랑인 나무라...
처음엔 나무에 노란색 칠을 한 게 아닐까 했지만
아무리 쳐다봐도 수피 자체가 노랑으로 보인다.
노랑에 놀랐다면 이번에 빨강 나무?
다행히 이 녀석에 정체는 바로 밝혀졌다.
흰말채나무.
빨간데 왜 흰 이라고 할까 궁금해 검색하니
열매가 흰색이란다.
이천시로 넘어가는 첫 번째 고개다. 고개 이름은 넓고개.
몇 년 전에 정개산을 오르느라 고개 옆 동원대학교는 와본적이 있는 곳이다.
라고 생각했는데,
이천의병전적비를 지나 뒷길로 걷는데 눈에 익은 건물이 보인다.
기억을 떠올리니 이 고개 아래에 이천 쌀밥정식으로 유명했던 식당이었고
손님이 많아 대기하며 밥 먹던 식당이 커피 가게로 바뀌어 있다니 의외였다.
뒷길로 이리저리 가니 전철역 앞에 조형물이 눈길을 끈다.
도자기 홍보 제대로다.
밤에 보면 좀 무서울려나...
또 요래조래 걷다가 짬뽕집에서 짜장을 먹고 두 번째 고개를 넘는다.
기치미고개인데 도자언덕이라고 한다.
이유는...
고개 한쪽 편을 도자기로 장식해 놓았다.
밤에 보면 어떨지 살짝 궁금해진다.
이천에 아파트가 이렇게 많았나?
라고 생각하며 번화가를 가로질러 걷다가 마주한 연못.
그리고 건너편엔 온천과 호텔.
어 여기 와본적 있는데...
예전에 가족과 함께 들렀던 온천이 있고 주변이 지금처럼 답답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연못 주변은 온통 아파트로 둘러싸여서 호젓한 맛이란 느낄 수 없는
답답함 마저 느껴지는 그런저런 인공 연못이었다.
요즘 짓는 아파트는 너무 고층이라 주변과 조화롭지 않고 위압적이다.
도심을 벗어나는 길에 마주한 벽화.
글이 재밌다.
보기에는
안그래도
내가너를
완전많이
사랑한다
이제는 개천을 따라 걷는 시원시원한 길이다.
아직도 안개 기운이 걷히지 않아 하늘은 부옇지만 저 멀리 하이닉스 공장이 보인다.
그리고 둔치에 단골손님인 파크골프장.
공원 조성이 잘 되있어서 가져온 보온병으로 따뜻한 커피 한 잔을 타 마시며 잠시 쉬어간다.
시골길처럼 한적한 길을 걷는 중에 마주친 소나무 하나.
여기도 무슨 나무 농장 느낌인데 나뭇가지를 줄로 잡아당기고 있다.
예전에 걷는 중에 본 나무 하나도 조경수로 만드는지 물통을 매달아 줄기를 꺾어버리던데...
눈 쌓이면 가지 부러지는 건 아닌지.
욕심이 끝이 없다.
하이닉스 공장이 가까워질수록 아파트도 많아지고 빌라도 많아진다.
평지는 농사짓느라 농지에 양보하고 주택은 언덕에 올라와서
주택가 주변 길은 경사진 곳이 많았다.
하이닉스 공장 규모도 상당해 보인다.
높이가 아파트와 맞먹는다.
하이닉스와 가까운 부발역에서 이번 여정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