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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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탄역에서 제천역 가는 길에 느티나무인가 느릅나무인가

OnRainbow 2025. 3. 25. 23:58

다행히 충주터미널에 제시간에 도착해 충주역에서 기차를 타고 삼탄역으로 이동해

이어서 출발한다.

이때까지만도 '다행히'라고 생각했다.

혹시라도 주말 고속도로 정체로 늦게 도착할까 봐 시간을 여유 있게 예매한

제천역발 청량리행 기차를 취소하고 좀 더 이른 시간으로 예매하기 전까진...

인생사 새옹지마다.

 

 

 

지난번에는 미처 보지 못 한 측량기준점을 찾았는데

다른 곳에서 봤던 것과는 격이 달라도 많이 달랐다.

'통합기준점'이라서인지 모양새가 장엄하다.

 

 

 

강 주변에 녹지 않고 남아 있는 얼음을 보면 강물 수위가 많이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다.

그만큼 가물다는 것이겠고,

산불이 크게 일었다는 기사가 며칠째 이어지고 있다.

 

 

 

오늘 고개를 넘을 거란 예상은 했지만...

그전에 느티나무 구경을 좀 하자.

 

수령이 490년인 느티나무.

파릇파릇 잎이 돋아나면 정말 멋있는 수형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충주에서 제천으로 넘어가는 잿고개를 넘고 마주한 나무인데

이야~

감탄이 절로 나온다.

밑동부리까지 드러났는데도 위세가 당당하다.

금줄이 쳐진 것으로 봐서 당산나무가 아닐까 한다.

 

주변에 흩어진 낙엽을 몇개 주워 보니

느티나무? 느릅나무?

전에 읽었던 나무 책에서 느릅나무 잎은 짝궁둥이라고 한 대목이 떠오르는데...

그런데 말이지, 솔직히 말해서 밤에 마주하면 진짜 무섭겠다.

 

 

 

이 마을에는 성황당이 따로 잘 관리되고 있다.

그리고 큼직만 한 나무가 집집마다 보인다.

그런데 저 집은 고전 영화에서 봄 직한 재건주택?

 

 

 

자, 나무 구경 다 했으면 이제 좀 올라야지!

아직 가져온 도시락도 못 먹었는데 두 번째 고개가 나타났다.

제법 길고 높다.

끝이 안 보인다.

정류장 이름이 '안간이'다.

웬간히 오르자... 배고프다.

 

앞서 오늘 예매한 기차를 앞 시간으로 옮기면서 한 시간을 앞당겨야 했지만 기차가 없어

두 시간을 앞당겨 다시 예매를 했다.

두 시간 빼기 한 시간, 즉 예상 소요시간을 한 시간 일찍 마처야 하는데

그러면 안 되는 거였다.

내 주력으로는 반 시간은 어떻게든 당겨도, 한 시간을 당기려면 죽기 살기로 걸어야 하기 때문.

보통은 경로 잡을 때 예상 속도를 3.5km/h에 맞춰서 정하는데

오늘은 결과적으로 4.1km/h가 됐다.

정말 풍진을 일으키며 걸었다.

쉬는 시간 줄여가며...

그나저나 이 고개는 언제 끝나나.

 

겨우겨우 고개를 넘으니 활산리 산촌생태마을 정자가 나타나줘 겨우 살았다.

 

 

 

이제야 내리막이 나타났다.

그런데 계곡에서나 봄 직한 확성기?가 고지대에 있다.

아마도 산불 대피용이 아닐까?

 

 

 

정류장에 느티나무가 한 그루 서있는데 그 옆에 나무가 특이하다.

구글 이미지 검색에 따르면 백합나무로 나온다.

꽃 필 때 보면 이쁘겠다.

 

 

 

이야~ 흙집 보기 힘든데 여기서 보네.

그러나 관리를 안 해 벽체 태반이 뼈대만 앙상하다.

흙벽은 잘 떨어져 나가기에 주기적으로 흙을 덧씌워야 한다고 하던데

다들 늙어가니 누가 하려나...

 

 

 

또 나타난 느티나무.

이번엔 수령 200년.

그런데 잎이 느티나무인지 느릅나무인지 모르겠다.

짝꿍둥이처럼 보이기도 하고, 아닌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나무 책 열심히 읽어야겠다.

 

 

 

와 미치겠네.

시간도 없는데...

그렇게 고개는 끝난 줄만 알았는데 또 나왔다.

다음지도는 왜 산을 가리키냐고요.

 

하루에 고개 세 개는 내겐 무리다. T_T

 

 

 

그렇게 고개 세 개를 넘고 마주한 제천 시내.

정말 힘들었다.

다행히 기차 시간엔 늦지 않았고.

 

기차역 주변에 이쁘장한 반송이 있던데

나무 책에 보면 반송 씨를 받아다 심으면 어쩌다 반송이 나오고

대부분은 일반적인 소나무로 자란다고 한다.

 

불철주야 안전 운행에 최선을 다해주는 철도 노동자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며

나 또한 무사히 여정이 끝나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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