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타고
두위봉을 넘어 예미역에서 사북역까지 갔다면 이건 등산인가? 걷기인가? 본문
예미역까지 걸어간 지 보름이 넘으니 몸이 근질근질해서
5월 초에 혹시나 하는 생각에 정선군청에 물어봤다.
산불예방에 따른 입산금지가 일찍 해제될 수 있는지.
답변은 요즘 산불 때문에 늦추면 늦췄지 일찍 해제될 예정은 없다고.
두위봉 철쭉은 5월 말, 6월 초가 절정이라 알려져 있지만
나는 철쭉이 목적이 아니기에
거진 한 달을 기다려 지난 17일 입산금지가 해제되자마자
가자~
그리고 그사이 읽은 두위봉을 다녀온 선지자들의 후기가 도움이 됐고,
특히 선지자가 올린 GPX 자료를 받아서 이동에 참고했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렇게 후기와 기차 시간과 이동 시간 및 등산 시간을 두루 참고하여 예상한 일정은 총 9시간.
예미역 - 2시간 - 단곡 주차장 - 2시간 - 두위봉 주능선 - 2시간 - 도사곡 갈림길 - 2시간 - 사북아파트 - 1시간 - 사북역
그래서 실제 걸린 시간은 총 8시간 45분 22km.

영월에서도 느꼈지만 정선도 인도가 정비된 느낌이다.
시골 인도에 잡초가 우거져 있지 않다는 것은 관리하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고
걷는 입장에서 이보다 걷기 편한 길이 어디 있겠는가!
관리자의 노고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6년 전 만항재에서 운탄고도 따라 걸어 내려온 길을 역으로 지나는데
하늘에 구름이 많다.
오후 늦게 비 예보가 있는데 그사이 설마 오겠어??
혹시라도 내리면 이번엔 대책 없는데...

파릇파릇한 인조잔디가 깔린 함백초등학교 옆 개천 따라 마을길이 정비가 잘 되어 있다.
좋네~
그리고 처음 본 나뭇잎에 달린 혹?
나중에 검색하니 충영으로 벌레집이라 한다.





잘 정비된 길을 따라가다 안경다리 근처에서 마주친 거꾸로 가는 시계 주위로
나열된 사진중에 1965년 화전민 이주 정착 개간 기공식 사진을 보니
지금처럼 중장비 없이 그저 곡괭이에 지게, 맨손, 맨발로
가파른 비탈면을 오르락내리락하며 개간했을 걸 떠올리면
마음이 짠하다.
참고로 이 마을은 해발 500m에 위치해 있다.
참고로 앞산 불암산이 해발 508m이다.
그리고 83년 6월 30일 날짜가 새겨진 함백광업소 폐광 반대 시위 사진.
이 마을 사람들의 생계가 일순간에 멈춰서는 순간이다.
이 시련을 그들은 어떻게 이겨냈을까?





안경다리를 지나면 본격적인 오르막 시작이다.
두위봉 등산코스는 보통은 주차장으로 나오지만 그 주차장까지도 두 발로 올라가야 하니.
주차장까지 오르막 길은 잘 정비되어 있다.
간간히 철쭉도 보이고 층층나무 꽃도 피고 계곡엔 물소리 우렁차게 내려간다.
아까 낮에 관광버스가 지나가더니 여기 주차장에 와있다.
한 대가 아니라 여기저기 산악회 해서 다섯 대나.
'석탄더미에 묻힘 꿈' 옆 주차장 옆에 모형으로 조성된 탄광?이 있다.
구름 낀 날에 홀로 안을 살펴보려니 무섭네...








이제는 본격적인 산행 시작이다.
좀 전에 오르막은 껌이었다.
껌.
주차장부터가 진짜 오르막인데 많이 가파르다.
오르다 생각하니 1000m 급 산을 마지막으로 오른 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만큼 몇 년 동안 동네산 정도만 올랐는데
여길 어떻게 오르나?
그리고 또 간과한 것이...
예미역이 해발 400m고 두위봉이 해발 1470m이니
지금 표고차 1000m를 올라야 한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죽이는구만...




두위봉 후기를 보면 '등산로 아님' 푯말 옆으로 오르는 사진을 자주 봤고
나 또한 조금 가팔라도 바로 오르고 싶은 충동을 느꼈으나
도대체 임도 따라가면 얼마나 돌아가나? 싶은 궁금증이 생겨
임도를 따라 올라가니
바로 옆이네~
직접 걸어보니 굳이 '등산로 아님' 푯말을 무시하고 오를 일은 아니었다.

임도를 벗어나는 구간부터가 진짜 정말 오르막이다.
임도에 중장비까지 올라와 있는 것을 보면 무슨 공사인지 규모가 크다 했는데
이후 구름 속에서 헬리콥터 소음이 계속 이어진다.



힘들다.
힘들다.
주능선 올라가기 너무너무 힘들다.
내려가는 산꾼들은 좋겠네.
등산을 포함해 모든 운동은 평등하다.
직접 땀 흘려야만 종착점에 도달할 수 있기에.
내려가는 산꾼도 이 고비를 넘겼겠지.
오르는 동안 괴불주머니가 아름다운 계단을 만들어주고 있다.
괜히 행복해지는 순간이다.
그리고 개구리 위장복을 입은 풀이 뭔지 구글 이미지로 검색하니 노루귀로 나온다.
사랑초처럼 생겼는데 검색하니 큰괭이밥으로 나온다.
고사리처럼 생겼는데 엄청 크다. 관중으로 나온다.
파란 꽃? 두위봉 후기에서 봤는데 기억이... 벌깨덩굴이다.
붓꽃 비슷하다 생각했는데 검색하니 노랑무늬붓꽃으로 나온다.
얼레지 얼레지 책에서나 봤지 직접 보기는 처음이다.
이 가녀린 꽃이 1000m 넘는 능선길에 폈다는 것이 정말 경이롭다.
비비추? 옥잠화? 검색하니 난데없이 박새로 나온다.
회오리 치는 형상이 멋있다.







그리고 유명한 두위봉 철쭉은
이미 후드득 떨어진 것도 있는 반면 대부분은 이제 잎이 나는 정도다.
꽃이 먼저 피면 진달래인데
꽃잎에 반점이 있는 거 봐서는 철쭉이 맞다.
무슨 이유로 잎도 아직 안 폈는데 꽃송이는 떨어졌을까 궁금하군.
주능선은 선지자의 후기처럼 오르락내리락 미친년 널을 뛰는 느낌이고 등산로가 폭이 좁다.
입산금지가 해제된 지 며칠 안 지나서인지 등산로 구분이 어려운 곳도 더러 있다.
그리고 생각보다 능선길이 오래 걸렸다.
철쭉제 기간에는 도봉산 포대능선처럼 일방통행으로 해야 원활한 이동이 가능하지 않을까?
그리고 흙산답게 수풀이 우거져서 전망을 보기 어렵다.
한 여름에는 정글칼이 필요할지도.
그나마 조금 높은 바위 위에 올라서도 날아가는 구름 때문에 보이는 게 없다.
산이 높으니 날씨는 복불복이다.















도사곡휴양지를 가리키는 이정표에서 일단 좀 쉬자.
능선을 걷는데 어디선가 개 짖는 소리가 들려 혹시라도 멧돼지가 쫓겨올까 봐 쉬지도 못했다.
이제는 하산이고 오르막은 없고
그보단 책에서 그리고 후기에서 봤던 수령이 1,200년이 넘는 천연기념물 주목나무가 기다리고 있다.
하나도 아니고 세 그루씩이나.
직접 보니 주목나무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그리고 속이 썩었어도 여전히 생기가 넘치는 것도 놀랍다.
이 멋진 나무가 계속 살아 이후 후손들도 볼 수 있기를 바라본다.





시간이 낮 4시 반을 넘어서고 있다.
이젠 해 떨어지기 전에 서둘러서 평지로 내려서자.
산은 해가 일찍 떨어지기에 조금씩 마음이 바빠진다.
내리막길은 가파른 편이지만 잘 정비되어 있었다.
그리고 노란 피나물 꽃이 길 옆으로 펴있고.






다행히 해 떨어지기 전 도사곡휴양림에 도착했다.
휴양림 중앙 계곡에 물이 소리 내어 내려가는데 계곡 규모에 비해 웅장하다.
5월 들어서 비가 자주 내린 덕분인가 보다.
그리고 계곡 한가운데 자라는 나무?
개성 있네.





이젠 기차 편 시간에 여유도 있겠다 마음 편하게 사북역을 향해 간다.
단지 낮에 도시락 먹을 때 혀를 심하게 깨물어서 뭘 먹기가 고통스럽다는 것을 빼면.
결국 간단한 샐러드 하나 먹고 상경.
사북역 주변에는 건물이 제법 많았고
동굴 조형물도 나름 특색 있다.
그리고 눈에 띄는 650갱 조형물.
86년에 최대 생산량을 보였다는데
당시 집에서 연탄가게를 했기에 겨울이면 리어카 밀며 연탄 날랐던 기억이 난다.
다 옛날 얘기다.







서울엔 비가 왔다는데
사북은 구름만 좀 있을 뿐 비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
이게 다 두위봉 산신령님이 보살펴주신 덕분이다.
주변에 강원랜드가 있어서 인지 차량에 걸린 현수막 글귀가 예사롭지 않다.
멈추면 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