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타고
한경대에서 평택역으로 걸어가다 마주친 700년 된 음나무 본문
한경대학교에서 이어서 시작한다.
감곡에서부터 서쪽을 향해 걷는 여정 세 번째인데 매번 비가 내렸다.
이번에도 이슬비 정도로 가늘지만 웬만해선 비는 피하고 싶은데 말이다.
도심을 벗어난 한갓진 강변, 시골길을 주로 걸으니 마음이 편하다.
뱀조심이라는 푯말이 있는데 어린 아들과 함께 낚시하는 아빠?





울타리에 솟대까지 세워져 있는 저 나무는 무슨 나무려나??
주변에 다른 나무 없이 홀로 서 있으니 나무가 제법 크게 보인다.
느티나무 치고는 수형이 좀 거시기한데...

놀랍게도 음나무다.
그것도 700년 된 음나무.
엄나무라고도 부르고 새순은 개두릅이라 해서 데쳐서 나물로 먹는 그 나무다.
가까이서 나무를 보니
굵은 가지는 예전에 이미 부러져 보이고
나무속은 썩어서 공동이 난 것을 충전제로 채워 놨다.
그럼에도 나뭇잎이 무성하고 낙엽을 떨궈 겨울 준비를 하는 모양새다.
나무 책에 보면 어릴 때는 벌레와 짐승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가시가 촘촘히 났다가
성채가 되면 가시가 사라진다고 했는데
역시나 줄기에 가시가 없다.


나무 주변에 표지판이 서 있기에 읽어봤다.
수령 700년, 수고 7m, 둘레 4m
이렇게 오래된 나무가 천연기념물이 아닌 게 더 신기하다.
참고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음나무는 네 그루로 검색된다.
다른 안내 표지판을 읽어보니
석조여래입상인 마애불에 대한 설명으로 조선 전기에 제작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두 표지판의 내용을 갖고 상상을 해보면
조선이 1392년 개국했으니 지금으로부터 약 600년 전 정도이니
음나무가 약 100살 정도 됐을 지음에 나무 수호신으로 마애불을 곁에 세워둔 것이 아닐까?




나무 책에서 봤던 붉은 초롱처럼 달린 주목나무 열매
그리고 못 알아본 콩깍지처럼 매달린 자귀나무 열매.
이건 단풍 든 화살나무? 원래 색이 붉은 종류인지 헷갈린다.



여주 쪽 걸을 때도 느꼈지만 평택 시골길을 걸으니
이런 곳에 작은 텃밭 하나 가꾸며 지내는 것도 좋아 보인다.
농막 삼아 작은 컨테이너 갖추고 과실수로 사과, 대추, 호두, 감나무 심고
좋아하는 청경채, 마늘, 상추 채소 가꾸며 지내는 소박한 모습을 상상하니
좋네~
단 전투기 소음이 분위기 깨기 전까진...



이렇게 또 한 구간을 마쳤다.
그리고 다음번엔 날씨가 맑았으면 좋겠다.
그 좋은 청량한 가을 하늘 보기가 이리 힘들어서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