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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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ndom Walk

평택강 따라 안중터미널까지 걸어가는데 당랑거철을 만나다

OnRainbow 2025. 10. 15. 22:56

평택역에서 이어서 걷기 시작.

이번 여정은 지난 해남 땅끝까지 걸어간 기억을 떠올리는 경로를 잠깐 거친다.

발바닥 피부가 벗겨져서 진피까지 드러나 걷기 힘든 상황에서

서울에서 출발한 이후 겨우 마주친 차 없는 한적하고 편한 길...

에서 반대편으로 간다.

 

 

 

감곡에서 시작해 여기까지 걸으며 날씨 화창한 날이 한 번이 없다.

노래 「흐린날의 오후」가 거의 주제곡이 되는 느낌이다.

그 긴 추석 연휴 동안 화창한 날 한 번 없이 비 오고 우중충하고 또 비 오고 우중충하고...

걷는 날도 예보가 빗나가 우중충하다.

 

 

 

 

참고로 아래 사진에서 파리 비슷한 검은 점처럼 보이는 것은 제비다.

제비 정말 오랜만에 본다.

 

 

 

평택하면 미군부대가 연상되 듯

이국적 분위기의 주택가가 종종 나타난다.

참고로 평택강을 따라 걷다 보니 미군주둔지가 멀리서 보이는데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내 하찮은 휴대전화에 딸린 카메라로는 그 크기를 담아낼 수 없는 규모다.

 

 

 

마땅한 식당이 없어 보여 준비해 간 컵라면과 김밥으로 점심을 대충 때우고

이제 본격적으로 평택강 자전거길을 따라 걷는다.

 

 

 

처음에는 다른 것을 느끼지 못했다.

그동안 여기저기 걸어보면 강둑에 가로수로 대부분은 벚나무를 심어서 여기도 벚나무라고 지레짐작했다.

그런데 뭔가 낯설어...

도로에 심어진 가로수는 낙엽을 떨구는데 강둑에 가로수는 나뭇잎이 무성하잖아?

그래서 잎을 보니 느티나무다.

 

나무 책에 보면 거대목이며 정자목으로 빠지지 않는 나무가 느티나무인데

이렇게 가깝게 심어 놓은 게 이해되지 않는다.

이미 이웃한 나무의 나뭇가지가 서로 맞닿아 있다.

 

지난봄 영월을 걸을 때 보았던 느티나무 가로수와 비교하면

두 그루 중 한 그루는 솎아내야 할 듯하다.

 

 

 

당랑거철이다.

하나둘이 아니다.

여러 풀벌레가 돌아다니는 주변에 멈춰 서있는 사마귀를 피해

옆으로 가만히 걸어가는 나를 빤히 바라보며 고개를 돌리는 모습이 섬뜩하다.

 

 

 

이제는 평택강을 벗어나 안중으로 방향을 튼다.

 

 

 

잠깐 쉬려는 마을 쉼터에 나무가 희한하다.

키가 큰 같은 종류의 나무 세 그루가 간격을 두고 서 있는데

수피가 벗겨진 모양을 봐서는 배롱나무가 떠오르는데

수피 색깔이 붉다.

많이 붉다.

나중에 찾아보니 적피배롱나무로 검색된다.

 

 

 

인위적으로 전지를 하는 아파트 화단이나 인도 주변에서 보던 사철나무와 달리

높이가 3m는 넘어 보이는 키가 큰 사철나무다.

전지를 하지 않으면 사철나무도 키가 꽤 높게 자라는 나무인가 보다.

 

 

 

그리고 사철나무 가지 사이로 열매가 보이는데 자세히 보니

울퉁불퉁 못 생겨서 놀라고

못 생겨도 향기가 좋아서 놀라고

향기는 좋은데 맛은 없어서 놀란다는 모과나무 열매다.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에 모과나무가 있는데 떨어진 열매 하나 줍어다가 방향제로 써먹어야겠다.

 

 

 

사당역을 가는 광역버스가 있는 안중터미널에 도착.

걷는 내내 몸이 무겁고 피곤했는데 나중에 체중을 재보니

추석 연휴에 얼마나 먹었는지 몸무게가 2kg나 늘어 인생 최대치다.

2kg 변화는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체구가 작아 체중도 적은 편이기에

아파올 예정인 무릎을 피곤하게 만들고도 남을 양이다.

당분간은 예전 몸무게로 돌아가기 위해 식사량을 줄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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