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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타고

계획대로라면 길도 들일 겸 새로 장만한 트렉스타 등산화를 신고 가야 했는데, 이넘이 복숭아뼈를 잡아먹는 바람에 수선 보내고 닳고 닳은 레드페이스로 다녀왔다. 일단 코스는 불암공원-불암산 정상-덕릉고개-도솔봉-수락산 정상-기차바위-도정봉-장암삼거리 거리는 약 12km 였고, 약 4시간30분 걸렸다. 평속은 약 2.6km/h. 이래갖고 운탄고도 무박치기 하겠나... 걱정되네... 수락산 정상에서 장암삼거리 방향은 언제 가본지 기억도 안 난다. 얼추 10년? 아래 보이는 능선을 술술술술 타고 넘어간다. 집에 도착하니 문자 하나 와 있네? 수락산에서 불났다고... 다들 불고심 합시다. 참고한 산길샘 어플은 가볍고 직관적이고 오프라인 지도도 지원하는데 어째 GPS 특히 해발 고도가 잘 안 맞는다.
태풍 콩레이가 지나간 맑은 가을날.오늘도 룰루랄라 하며 불암산을 올라 나만에 아지트에서 쉬고 있는데저멀리... 저 멀리 북한산인지 그 넘어인지 시커먼 연기가 피어오른다. 불암산에서 보일 정도면 화재가 크게 일어난 상황인데...연기가 시커먼 것을 봐서는 산불은 아닌 거 같고... 그런데 시커먼 연기는 바람을 타고 점점 아래로 남하 중. 스마트폰으로 기사를 찾아보니 고양시 휘발유 저장소에서 난 화재라고 한다.기름 없는 나라에서 기름이 불타다니 애석하군... 가을이다.산불도 조심하고 자나깨나 불조심 이다.
지난 주말 게으름을 피다 한낮이 되서야 뒷산을 향해 주택가를 지나가는데... 나들이 나가는지 오리떼 마냥 엄마를 쫓아 아이들이 뒤따른다. 그중 한 꼬마친구가 그런다. "어디서 호박엿 냄새가 나." 처음엔 내가 피우던 담배 연기 때문에 그런 반응이 나왔나 했다. 그러나 잠시... 골목길 뒷편으로 검은 연기가 파란 하늘을 채우기 시작하더니 이내 시꺼먼 연기로 바꼈다. 그렇다 불이 난 것이다. 어느 옥탑방에서 시꺼먼 연기가 났고, 시뻘건 불길이 창문을 넘어 지붕 까지 집어삼킬 기세다. 적어도 옥탑방은 다 탔다는 얘기 되겠다. 어떤 이는 휴대전화로 어디엔가 전화를 하고, 어떤 이는 신이난 듯 불구경이나 하고, 또 어떤 이는 소방차가 왜이리 늦냐며 애태우고... 멀리서 소방차 사이렌 소리가 들리기에 난 발길을 옮..