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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타고

몇 번을 시도했다가 전철이 연착하는 바람에 실패했는데 이번에는 성공했다. 50번 버스 타기~ 별거 아니다. 날이 따뜻해 엊그저께 내린 눈이 녹을 줄 알았는데 응달진 곳은 눈밭. 좋아라~ 모처럼 뽀드득 뽀드득 소리 들으며 눈 밟았다. 날은 흐려도 평온한 하루다~ 라고 걷는데 양지는 눈이 많이 녹아 길이 질척인다. 덕분에 흙 많이 묻었다.

지난주 길동무해준 나무 지팡이가 그 자리에 잘 있는지 궁금해서 또 찾아가는 오지재 고개. 다행히 또다른 나무 지팡이와 함께 그 자리를 꿋꿋이 지키고 있었다. 눈이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한 결과 응달진 곳엔 빙판이 여럿. 임도 걷는 동안 자전거 타고 지나가는 이를 두 명 봤다. 대단하네...

한 겨울 설악산 가본 지도 10년이 넘었나 보다. 거기 만큼 춥지는 않겠지만 날 춥다고 하니 또 찾아가는 오지재 고개.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번에도 지하철 시간이 이상하게 꼬여서 버스 시간 때문에 덕정역에서 내려 회암고개에서 시작했다. 눈은 대략 2cm 정도 쌓였고 바람은 조금 날씨는 화창 기온은 그다지 춥지 않은 정도. 점심으로 싸간 도시락 먹느라 장갑을 벗었는데 그사이 손이 얼고 벗어놓은 마스크는 주머니 안에서 얼어붙었다. 그래도 모처럼 뽀드득 소리 들으며 눈 밟으니 기분이 좋다. 응달진 곳은 눈길이나 아이젠이 필요할 정도는 아니다. 그런데 오지재 고개 구름다리 공사 현장 근처엔 땅에 파묻을 속셈인지 산업 폐기물이 널브러져 있다.

지하철 운행 시간이 이상하게 꼬여서 동두천중앙역에 예상보다 늦게 도착했다. 새해부터 왜 이래... 60-1번 버스는 이미 놓쳤고 코스를 변경해 60-3번 버스를 기다렸다가 왕방산 풀장 앞에서 시작해 오지재 고개 올라타고 해룡산 임도 걷다가 천보산 지나 회암고개로 가야겠다. 며칠 동안 바람 불고 춥더니 날씨가 죽여주게 좋다. 팔각정에 도착하니 멀리 도봉산이 보이고 천보산에 도착하니 수락산, 불암산도 보인다. 그렇지만 해가 잘 안 비치는 응달진 쪽엔 빙판이 여럿 있다. 매번 느끼지만 지루한 이 길이 난 참 좋다. 지난봄 부터 애용하고 있는 백제 쌀국수도 좋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