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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타고

일기 예보에 따르면 흐리다고 한다.그 정도로는 내 발걸음을 잡지 못하지.예산역에서 이어서 출발한다.시작부터 기념으로 사진 하나 박아준다. 공사로 인해 갓길 폭이 거의 없어서 불안 불안하게 걷는다.여기에 바람막이 해줄 건물 하나 없는 도로 위에서 찬 바람 맞으니이 짓을 왜 하나그 생각이 잠시 스쳐가지만윤봉길 의사의 응원을 받으며 꿋꿋하게 걸어간다. 고개 숙이고 있는 해바라기가 해가 사라진 오늘에 날씨를 대변해 주고 있다.드넓은 논밭을 지날 때면 왠지 모르지만 마음이 풍요로워진다.그러나 한여름 뙤약볕 아래서 일할 걸 생각하면 아찔하겠고... 오늘에 주요 이정표는 삽교역.이쯤에서 점심을 해결해야 하기에 주요 이정표가 됐는데삽교역에는 아무것도 없고 조금 떨어진 읍내에 있는 중국식당이 별점이 높기에 찾..

다행히 기차표를 구해 궁둥이 통증 없이 온양온천역에서 이어서 걷기 시작한다.그런데 예보와 달리 날씨가 화창해서 긴소매 윗옷을 입고 온 것을 후회한다. 조금 걸으니 도심지에서 벗어나 한가로운 주택가가 나오고 좀 더 걸으니 저수지가 나오며, 저수지 주변으로 산책하는 이들이 많다.나름 인기 지역인가 보다. 저수지를 향해 가는 길에 작은 마을을 가로질러 가는데 정자가 세 개가 연이어 나타난다.하나는 개인집 마당에 세운 거, 또 하나는 마을에서 세운 거, 다른 하나는 정자가 아니라 우물 지붕?우물에 이름도 있다.흑석정(黑石井)현판에 보면 1985년5월15일 건립한 것으로 나온다.우물을 둘러싼 소나무가 사연 있어 보인다. 괜히 최단 경로 선택해서 뒷동산 하나 오르고길처럼 보이지 않는 길을 따라 걸으니다음 지..

궁둥이에 살이 없어서 딱딱한 의자에 오래 앉지 못하는 편인데...천안역까지 전철 타고 가려니 와~ 미치겠네. 지난번에 이어서 온양온천역을 향해 걷기 위해 사전에 다음지도로 이리저리 경로를 구상해 봤다.산을 좋아하니 천안역 근처 작은 동산 하나 찍고 시작하면 되겠군.산 이름은 일봉산.흔히 봉이 모여 산이 된다고 하는데이 산은 봉이 하나다?그 일봉이 아닌 느낌이 들어서 한자를 찾아보니 日峰山이다.一峰山이 아니라. 아래 사진에 재밌는 장면이 있는데 '봉'자의 한자가 서로 다르다.하나는 日峰山, 다른 하나는 日峯山.뜻만 통하면 되는 건가 보다. 그런데 작은 동산임에도 중간에 태양광 발전 단지가 능선길을 가로막아짧은 거리지만 능선길에서 한 번 내렸다가 다시 올라가야 했다. 사전에 다음지도를 훑어보며 아파트가 ..

작년 해남 땅끝을 향해 걸을 때성환역에서 전의역으로 가면서 천안역을 거쳐서 갈까? 아니면 좀 더 빠른 길로 갈까?고민하다 좀 더 빠른 길로 가느라 천안역을 못 보고 지나쳤다.그런데 이게 별 것도 아니지만 화장실 나오는데 왠지 찜찜한 그 기분이라서...숙제 아닌 숙제로 성환역에서 천안역까지 걸었다. 긴 긴 여름 끝났나 싶었는데 걸어보니 아직 한여름이었다.걸은지 한 시간도 안 돼서 고가도로 밑 그늘에서 한참을 쉬었다.절대 안 친했는데 작년 이후 많이 친해진 선크림을 다리에 발라주며. 검색하니 동부콩꽃이란다. 어휴 깜짝이야...성환천을 따라 걷는데 버려진 마네킹이 마치... 추수하기엔 벼가 아직은 초록색이 많아 보인다. 시골스러운 길은 성성호수공원 이후부터는 번잡한 도시로 변했다.호수 건너 20층 ..

장마철이라 걷지를 않았더니 여기저기 좀이 쑤신다.관성의 법칙이다.걷던 넘은 걸어야 하나 보다. 작년 가을에 진접에서 상계동까지 걸었는데모처럼 햇볕 내리쬐는 날 이어서 진접에서 포천까지 걸어 봤다.짧은 반바지를 입은 덕분에 종아리는 붉게 익었다. 날씨는 무척 더웠지만 다행히 습한 기운은 없다.길가에 꽃이 이쁘다. 주로 한적한 뒷길을 찾아 걸었지만 아무래도 큰 도로를 피할 수는 없었다.그리고 일요일이라 밥 먹을 곳이 마땅치 않아 때를 놓치니 이후엔 밥 생각도 별로 안 나고...더위 먹었나?마침 하나로마트가 나타나 찬 물 1리터를 마셔준다.시골에서 만나는 하나로마트는 오아시스 그 자체다. 일찍 핀 코스모스를 보며 걷기는 종료.수락산역을 향해 가는 3200번 버스의 에어컨이 날 살렸다~

저번엔 동해를 보려고 동쪽을 향해 걸었다면이번엔 서해를 보려고 반대로 서쪽을 향해 걸었다.특히 서해랑길 종착점이자 시발점인 강화도 평화전망대에서북녘을 바라본다면 이 또한 기억에 남을 추억이 되겠거니 하면서... 작년에 월미도를 향해 걸으며 지나친 노량진역에서 출발해구간을 나눠 목동, 마곡, 김포를 거쳐 강화평화전망대에 도착했다.거리는 약 80km.노량진역 → 개화산역 → 양촌역 → 강화평화전망대 가로변에 못 보던 꽃이 있어서 검색하니하나는 실유카, 다른 하나는 산수국이란다. 서울에 살아도 강서구 쪽엔 갈 일이 전혀 없어서 몰랐는데,높이는 낮아도 산이 세 곳이나 있어서 이참에 봉제산, 우장산, 개화산을 올라누적된 총 산행지는 173개 산이 되었다. 김포 방면은 어릴적 강화도 마니산 가면서 스쳐..

1월 말에 시작한 서울 상계동에서 강릉항까지의 걷기는 넉 달만에 마침표를 찍었다.가도 가도 양평, 고도 상승 횡성, 다시 고도 상승 횡계 그리고 수직낙하 강릉. 검색을 해보면 서울에서 강릉까지 중간중간 숙박을 해가며 걸어간 선지자들의 행정을 참고하면대략 7일 정도가 소요되는데 반해,내 경우는 대중교통 이용 가능 구간으로 나눠 당일치기로 걸으니 11구간이 나왔다.아무래도 대중교통 시간과 위치를 찾아가느라 거리도 좀 늘었고,봉평과 진부에서는 개인적 일로 돌아가느라 또 거리가 늘고 해서총 도상거리는 290km. 끝나고 얘기지만 연속으로 7일 일정의 숙박비나 11구간의 대중교통 비용이나 별 차이가 없었다.둘 사이에 장단점이 있겠는데,지난번 속초까지 걸을 때처럼 내 경우는 구간을 나눠 걷는 게 여러모로 훨씬 ..

강릉항을 향해 서울 상계동에서 시작된 걷기의 마지막 날. 누구나 각자 나름의 환상을 갖고 있을 텐데난 강릉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다.화창한 날이 내 환상을 더 황홀하게 만들어 주는 오늘이다. 아침은 근처에 있는 별점 많은 김밥집에서 해결하려고 했는데매장 내 식사는 안 된다고...그래서 옆 편의점에서 간단히 샌드위치로 해결하고강릉 구 도심을 가로질러 동해 앞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내가 갖고 있는 강릉에 대한 환상 중 하나는 도농복합도시 다운 논밭이다.도시 주위에 논밭이 있다는 자체가 내 관심을 끈다.그래서 일부러 약 1.5km 가량 이어지는 뻥 뚫린 농로를 따라 걷는데날씨마저 화창하니 나는 양탄자를 탄 듯 기분이 들뜬다. 조그만 주택가를 지나고 솔숲을 또 지나 송정해변을 향한다.방풍림으로 조성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