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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타고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았기에 땅끝탑을 마주했을 때 감흥은 거의 없었다. 그래도 아주 조금의 성취감은 있었던 듯. 당시 오전 8시40분 경이었는데 이미 두세 팀의 관광객들이 있었다. 좀더 늦은 시간이라면 기념사진 찍기 복잡하지 않을까 한다. 난 땅끝탑 보다는 달마산에 정신이 팔려있던지라 해남터미널로 들어가는 버스 시간에 맞추려 바쁘게 버스정류장으로 이동하는데 선지자 말대로 땅끝마을 길이 의외로 복잡해서 어디가 어딘지 헷갈리는 구조였다. 아무튼... 다행히 버스는 오전 9시30분 제시간에 와 주었고 놀라운 속도와 코너링으로 해남터미널을 향해 달려갔다. 이런 버스를 마주 보고 갓길을 걸어온 어제의 내가 살아남은 게 행운???

선지자의 경로를 보면 땅끝마을에서 땅끝전망대로 오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나, 달마산 경로를 보다보니 남파랑길과 땅끝전망대가 이어진다는 것을 알게되어 난 땅끝호텔부터는 능선길로 이동해 땅끝전망대에 가기로 했다. 처음엔 지도만 보고는 땅끝마을에서 전망대에 오르는 것보다 덜 힘들겠다고 생각했으나 실제론 땅끝호텔 이후 작은 봉우리를 올라야 해서 그거나 이거나 매한가지로 보인다. 산 좋아하는 입장에서는 그래도 능선길을 추천한다. 참고로 땅끝전망대 입장료가 무료다. 개정 전에 도착해 구경은 못 했다.

애초에 땅끝탑까지 걷는데 큰 의미부여란 없었다. 그냥 시골길, 한적한 길 걸으면 좋겠는데 정도. 물론 갑작스런 친구의 도보여행 제안을 듣기 전까지는 땅끝탑은 생각조차 안 했지만. 그리고 그 녀석은 제주도로 갔다. 원하지 않았지만 발 물집 때문에 시즌1,2로 나눠 걷게 된 서울에서 땅끝탑까지의 기본적의 경로와 이동 거리는 아래와 같다. 기본적인 경로는 선지자의 경로를 많이 참고했고 부차적으로 산도 오르면 좋겠어서 경로에 가까이 위치한 산은 포함했다. 천태산, 방장산, 월출산, 달마산 이중 천태산과 월출산은 예정대로 경로 이동 중에 올랐고 방장산은 포기했고, 달마산은 땅끝탑 종료하고 시간에 쫓기며 올랐다. 참고로 거리와 시간은 산경표 어플에 기록된 것을 정리한 것이다. 경로에서 선지자가 이동한 거리는 왼편,..

해남 땅끝탑까지 가는 경로를 구상하면서 경로 가까운 곳에 있는 산은 봐서 오르기로 생각했다. 그래서 선택한 산이 천태산, 방장산, 월출산 그리고 좀 멀지만 달마산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구상을 해도 출발점이 경로에서 도보 약 2시간 거리로 멀기에 달마산 밑에 숙박시설이 있나 찾아봤지만 없었다. 그래서 땅끝탑을 찍고 역으로 도솔암에서 달라붙어 미황사 및 정상을 찍으려고 경로를 찾아봤지만 통호리에서 도솔암 올라가는 코스는 검색되지 않았다. 나중에 모텔 사장님한테 물어봐도 모르고. 길 찾다가 시간 다 보내면 하루 더 묵어야 하는데 그럴 순 없고... 그렇게 달마산은 못 오르는구나 생각하며 해남 송지면을 걸으며 하염없이 멀리 달마산 능선을 바라만 보았다. 서울에서 워낙 멀기에 큰 마음 먹지 않으며 해남 오기 힘든..

걷는 기간 매일 글을 올리려고 했으나 시간도 늦어지고 피곤해서 하루이틀 미루는 사이에 서울에서 해남 땅끝탑까지 걷기는 마무리 됐다. 중간중간 경험담은 다음 기회에 풀어보고 우선 하루하루 구간별 GPX 자료를 하나로 통합해 만든 시즌1,2 총 17일간 나에 국토대장정 경로~ 도상 거리 514km 총 거리 537km 별다를 것 없지만 다른 선지자의 경로와 차이나는 점이라면 영암 월출산을 천황사에서 올라 구름다리 건너 정상 찍고 도갑사로 가로질러 갔다는 것. 월출산을 25년 만에 다시 갔는데 정말 좋더라. 아래서 올려다보는 월출산도 좋지만 산에 올라서 보는 월출산은 더 좋다는 것. 전체 일정에서 일부러 하루를 할애해 월출산 오른 것은 정말 잘 한 결정이었다.

36km 10시간10분 소요. 죽으란 법은 없구나... 지난밤 비상약으로 후시딘 바르고 날 밝자마자 근처 피부과 들러서 처방을 받았는데 10시간 걸으면서 사타구니 쓸림의 고통은 다행히 없었다. 병원, 약국이 가까이 있는 도시의 장점. 아무튼 병원 가서 대기하는 사이에 공산성을 잠깐 둘러보고 아침도 사먹고... 그런데 병원 처방 받고나면 10시나 되서야 이동 가능하기에 이동 경로를 계룡면 경로에서 이인면으로 급하게 조정했다. 차 소음을 피해서 간간히 농경지 주위로 이동. 이 한적한 분위기가 좋다. 선지자들이 알려준 도로표지판을 마주하니 다시금 선지자들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생각보다 정말 멀더라~ 논산시 진입을 엎두고 마주한 농경지를 보니 규모가 엄청나다. 논산이 이정도인데 지평선이 보인다는 김제평야는..

33km 10시간 소요. 오전에 이슬비가 내렸지만 몸 상태는 쾌청~ 참고로 우의는 최후에 수단이고 웬만한 비는 우산 쓰는 게 훨씬 편리하다. 공주 입성길에 산이 하나 보여 아예 경로를 동혈고개로 잡아서 오른 천태산. 아마도 167번째 산인가? 덕학삼거리부터 천태산까지 약 4.5km 를 계속 오른 듯. 인적이 드물어서 등산로가 좀 애매한 구간이 있다. 동혈사도 들렀는데 부처님 오신 날 준비 중. 오늘 이동한 경로를 보니 천태산 오르느라 살짝 삐져나온 이동 경로는 나름 땀 흘렸지만 긴 여정엔 대수롭지 않아 보인다. 우리의 긴긴 삶에 지금 이 순간은 한낱 티끌일지도. 고개 내려오니 저 멀리 계룡산이 보인다. 난 공주하면 계룡산에 있는 갑사가 먼저 떠오른다. 사반세기 전에 갑사에서 잔 추억이 있기 때문~ 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