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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타고

지난 말일에 가고 거의 한 달 만에 다시 찾은 오지재고개. 맑은 날 덕분에 기분도 상쾌하고 눈 밟는 소리가 좋다~

거진 한 달만에 오른 오지재에는 봄꽃이 활짝 펴 있다. 철쭉은 이제 국민 꽃이다. 어디서든 볼 수 있다. 좋아하는 라일락도 보고, 노랑 현호색이 있었네! 그리고 제비꽃 인가? 애기똥풀, 민들레, 병꽃나무, 두릅 그 외 모르는 꽃까지 많이 폈다. 녹음이 푸르른 5월이 계절에 여왕인 이유다~

동두천중앙역에서 오지재 근처까지 가는 버스는 50번, 60-3번 둘이 있다. 그중 50번은 정류장 몇 곳 안 거치고 바로 오지재에 접근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지하철 도착에 맞추다보면 60-3번을 종종 타게 된다. 봄볕 맞으며 오지재로 올라가 임도를 또 걷는다. 확실히 이곳에 중독된 느낌이다. 질리지가 않아~ 천보산 능선 한쪽 비탈에 진달래 비슷한 나무를 누군가 벴다. 모든 나무를 다 벤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많이 벴다. 왜지?

수락산 불암산 둘레길이든 능선길이든 어느 길이든 마스크 안 쓰는 것들 진짜 많다. 나이 처먹은 것들이 더 안 쓰는 현실. 수락산 불암산은 오지재 처럼 길이라도 넓어서 멀지 감치 떨어져 갈 수 있는 곳도 아닌데... 마스크 쓰면 죽냐? 마스크 안 쓰면 죽는 거야! 그래서 또 가는 오지재. 응달진 곳은 아직 한 겨울이다.

소요산행 전철도 연착 50번 버스도 연착 그럼에도 버스를 제시간에 타기는 여유 시간이 부족해서 덕정역에서 하차해 78번 마을버스를 타고 모처럼 회암고개에서 출발하게 되었다. 투바위고개산장 정류장에서 하차해 능선 타고 오르는 것도 편리한데 건널목이 따로 없어서 불안하게 길을 건너야 해 이쪽에서 오르는 경우는 드물다. 아무튼 그렇게 또 걷는다. 한참 추울 때이지만 생각보다는 날이 폭은 한 편이다. 일단 바람이 거의 없으니 좋다. 얼마 전 내린 눈이 응달쪽엔 많이 남아서 나무 지팡이 하나 마련해 뽀드득뽀드득 소리내며 걷는다. 오지재고개 도착해 풀밭에서 잠깐 쉬는데 누군가는 나무 지팡이를 바위 뒤에 보관하나 보다.

"치우라니 개가 물건이에요!" 당신의 광기 어린 눈빛을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르지? 당신이 개를 좋아하건 말건 당신이 개를 인간으로 대하든 말든 내가 알바 아닌데 타인 또한 개를 좋아하는 걸 뛰어 넘어서 인간으로 대해줘야 한다는 거야? 우리 개는 안 물어요~ 라는 소리 보다 더 신기한 논리잖아 이건! 인간마저도 서로를 죽이는데 애완동물 개는 물지 않는다고 어떻게 단정해? 도시락 먹으려고 기다리는 중에 목줄한 큰 개 두 마리 끌고 정자까지 올라왔으면 간수를 잘 하던지 내 근처를 지나가길래 "개 좀 치워주세요" 했더니 다른 두 명은 근처를 갔네 안 갔네 쌍심지를 켜고 달려드는 건 나름 말이 되겠는데, "치우라니 개가 물건이에요!" 다시 떠올려도 신기하네~ 제정신이라면 어떻게 저런 말을 할까? 돈으로 애완동..

장림으로 맑은 날에 올라서 노인전문병원으로 진눈깨비 날리는 날 내려왔다. 나름 기억에 남는 날이랄까.

장림-오지재-노인전문병원으로 이어지는 임도를 2주 연속 걸었는데 임도에서 노인전문병원으로 바로 빠지는 샛길을 못 찾았다. 보통은 나 코스를 따라 예래원 지나서 노인전문병원으로 가지만, 쉼터가 있는 가 지점에서 보면 분명 사람 다닌 길이 나 있는데 좀 걷다 보면 사라지고 좀 더 걷다 보면 무성한 수풀을 뚫고 내려가야 한다. 한번은 다 코스로, 또 한번은 라 코스로 이동했지만 제대로 된 길은 결국 못 찾았다. 개척 산행은 아무나 못 하는 건가 보다. 아무튼 9,10월에 한참 다니고 두 달 만에 해룡산 임도를 다시 찾았는데 몇몇에서 보수 공수 중이다. 그중 복토(?)한 곳이 더러 있는데 기온이 온화하니 복토한 흙이 진창이 돼서 등산화며 바지며 말이 아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의 참호전이 잠시 떠올랐다면 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