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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타고
일전에 단원 김홍도 관련 책과 화첩을 읽었는데 이분이 학교에서 배운 것처럼 풍속화만 잘 그린 게 아니었다. 정조의 명으로 관동 지방에 가서 금강산, 대관령, 관동팔경 등 산세를 그렸는데 산수화도 잘 그리는 그냥 천재임. 붓으로 일필휘지로 그려낸 솜씨가~ 언제 봐도, 어느 산도 눈 덮인 산은 일필휘지로 그려낸 수묵화임.
오지재고개 가느라 자주 가는 역이라서 지난 초여름 동두천중앙역까지 걸었는데, 기왕 걸은 발자국 철원까지 남겨보는 것도 괜찮아 보여서 이번에도 구간을 나눠 걷기로 했다. 구간은 상계역 → 동두천중앙역 → 연천역 → 신탄리역 → 백마고지역. 그렇게 총거리는 96km. 늦가을과 초겨울 사이여서 초여름에 걸었을 때보다는 걷기에 좋았다. 연천에는 전곡선사박물관이 있어서 구석기시대가 연상되는 조형물이 있다. 그리고 조형물 옆에 38선을 알리는 돌덩이도. 박물관 관람 후 3번 국도 따라 연천읍을 향해 걷는데 땅끝까지 걸으며 갓길 걷는 것엔 적응이 되서 별 두려움 없으나 1시간 반 동안 주변에 논 말고는 볼 게 없어서 길고 지루했는데 다행히 길 끝자락에 고인돌공원이 있어서 지친 발을 쉴 수가 있었다. 구 역사에 비해 ..
철원은 금학산, 복계산 오르느라 가봤어도 차 타고 휑~하고 지나쳐서 금학산에서 봐라본 철원평야가 광활하다는 것 말고는 기억에 남는 게 그다지 없었는데, 이번에 철원까지 걷다보니 볼거리가 많다는 것을 알게 돼서 따뜻한 집을 나가 찬바람 맞고 싶은 이들에게 몇 곳 소개한다. □ 가까이서 처음 본 두루미 논밭에 내려앉아 먹이활동을 하는 두루미를 멀리서 지켜보면 별거 아닌데도 왠지 평화로운 기분이 스며들며 무념무상으로 계속 바라보게 된다. 소위 불멍처럼 새멍이랄까. 검색하니 두루미 관찰 관광 상품도 있던데, 차량 소음 없는 조용한 가운데 울려 퍼지는 두루미 울음소리 뚜!루룩~ 그리고 또 다른 철새들. □ 철원평야 잘 보이는 소이산 360m 산 치고는 전망이 매우 좋다. 금학산에서는 철원평야를 100% 조망한다면..
덕릉고개를 여러 번 지나다녔어도 도로 따라 올라오기는 처음. 그렇게 불암산 둘레길을 살살 걷다보면 일본목련나무 군락을 슬쩍 지나치게 된다. 물론 일본목련나무가 뭔지는 나중에 알게 됐지만. 처음 마주치면 이름은 몰라도 자주 보던 나무와는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나무 줄기가 곧게 쭉쭉 올라간다. 그리고 곁가지도 거의 없다. 따라서 지팡이로 쓰기 좋아 보인다. 그동안은 모르고 지나쳤지만, 둘레길 걷다가 어느 날 눈에 띄어서 지팡이를 만들기로. 멀쩡히 잘 자라는 녀석 베기는 미안해서 적당한 두께와 길이를 가진 나무를 찾으러 이리저리 둘러보다 개울가에 쓰러져 곧 죽을려는 녀석으로 정했다. 그런데 웬걸! 1년 넘게 여전히 살아있다. 이게 다 불암산 산신령님 덕분. 이 지팡이 정말 가볍다. 그리고 곧다. 나무 지..
왠지 낚시성 제목에 낚인 느낌일텐데 아니다! 정말로 전곡선사박물관에 가면 주지육림을 볼 수 있다. 단 술은 없다~ 얼마 전 노원구립도서관에서 「왜 호모 사피엔스만 살아남았을까?」를 빌려 읽었는데 일반인이 읽기에 재밌게 구성됐다. 그래서 철원까지 걷기 중간에 전곡선사박물관을 잠깐 들렸고, 아는 만큼 보인다고 책 한 권 읽은 게 있으니 무척 재밌게 전시물을 관람하게 됐다. 전곡선사박물관은 구석기 유물을 전시하고 있는데 내 관심은 주먹도끼! 아슐리안 주먹도끼!! 박물관 입구에 있는 조형물처럼 멋지게 쪼개진 주먹도끼!!! 그러나 현실은 이게 주먹도끼? 이게 설마 아슐리안 주먹도끼?? 안내 직원에게 물어보니 유적지에서 발굴한 유물 맞단다. 위 책에도 잠깐 나오지만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고는 했는데 아..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가 떴어도~ 서영춘 아저씨가 생각나는 가을이었다. 그래서 바다를 보러 갔다. 걸어서. 한참 재미들인 걷기지만 이전처럼 장시간 걷지는 않기에 상계동에서 월미도까지 세 구간으로 나눠 걸었다. 상계역 → 노량진역 → 부평역 → 월미도 지난번에는 서울을 외곽으로 한 바퀴 돌았다면 이번에는 서울 시내를 대각으로 가로질러 걸었는데, 서울이 600년 도읍지였다는 걸 잊고 있었다. 고궁뿐만 아니라 곳곳에 역사 유적지가 많다. 마침 가을 행락철이라 시내 여기저기 사람이 많이 모여 있다. 참고로 도심에는 10톤 이상 차량은 밤 10에서 다음날 오전 7시까지만 통행할 수 있단다. 저 숭례문은 불에 탄 채로 놔두어야 했다. 치욕의 역사도 역사이듯, 멍청한 후손 때문에 국보1호를 불태워먹은 것을 교훈 삼도록..
수락산과 불암산 둘레길을 걷는데 자주 보이는 꽃, 그 이름은... 모른다. 그래서 검색하니 꽃향유. 이쁘네. 마른땅, 습한 땅 여기저기에서 잘 자라는구나. 산악 마라톤이 있는지 곳곳에 안내 이정표가 바람에 날린다. 내달리는 것도 좋지만 이쁜 가을 하늘 감상하는 것 또한 좋지 아니한가~
지난봄에 땅끝탑까지 걷기 위해 선지자들의 후기를 많이 참고했는데 선지자들 대부분 서울역에서 출발하던데, 나는 동네 상계역에서 출발해서 성남-오산으로 갔기에 선지자들에 발자취가 남아있는 과천-수원-오산 구간을 언젠간 가봐야겠다 생각하던 중 여름 무더위가 지나간 후 숙제 아닌 숙제를 완수했다. 과천까지는 얼마 전에 걸었기에 다시 과천에서 시작해 수원을 향해 걸었다. 그리고 저번에도 놀랐지만 하루에 서울역에서 수원역까지 걷기는 무리가 아닐까 한다. 물론 난 이틀에 나눠 걸었지만... 반년만에 모처럼 코리아 둘레길 이정표를 보니 왠지 반갑네~ 이게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땅끝까지 걷는 내내 많은 의지가 됐다. 이번 경로는 차량 통행이 많은 도로 옆을 따라 걸어야 해서 시끄럽고 지루하기 그지없었는데 수원 화성을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