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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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해남 땅끝탑까지 걷기 - 위기

OnRainbow 2023. 5. 12. 22:02

아르키메데스는 욕조에서 유레카를 외쳤지만 

나는 욕조에서 회의감을 느꼈다.

 

논산에서 익산으로 진입할 때였다.

밥집 만복래에서 기분 한번 상하고,

미륵산 근처에서 더위에 또 한번 지치고,

익산시 들어가서 보행자 불편하게 만드는 직좌 동시신호 체계에 짜증나고.

얼마나 짜증이 났는지 나중엔 대로변을 포기하고 뒷길로 걸었다.

뒷길에서 쇠퇴해 가는 상가들을 보니 마음도 꿀꿀하고.

 

이런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반신욕 하다가 이게 뭐 하는 짓인지...

발에 물집 짜다가 또 이게 뭐 하는 짓인지...

 

 

위기는 겹쳐서 온다고

다음날 익산에서 김제를 지날 때였다.

 

주로 다음지도를 이용했는데

알려준 농로가 걷기 불편해 중간에 도로로 나서게 됐고

이후부터 계속 생각이 우왕좌왕하며 이 경로 저 경로 계속 바꾸니

다음지도마저 나를 밭으로 안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날 밥집 찾아 김제역 앞에서 헤매던 것도 정말 짜증이었다.

 

이후로 위기는 언제든 찾아왔다.

아니 위기를 등에 짊어지도 다녔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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