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 7년을 자축하며 대관령 옛길을 가다

숫자 7.

그냥 7 이 아니다.

럭키 세븐 이다.

드디어 찾아온 럭키 세븐.

허벅지 내리 찍으면 참았던 게 어느덧 금연한 지 7년이라...

신기하다.

 

별거 아니지만 럭키 세븐을 그냥 보내기는 섭섭해서 이리저리 생각해보고

선자령 찍고 대관령 옛길로 하산하는 그림을 그려봤다.

괜찮아 보인다.

 

 

처음 선자령은 2011년 신년일출 보려고 갔다가 바람 맞은 곳 이다.

구름이 몰려드는 통에 앞에 보이는 게 없었다.

그래서 뒤돌아서 제왕산 쪽으로 하산.

그리고 당시 구제역 난리로 대관령 구 도로에 차량을 통제해서

홀로 깜깜한 도로를 독차지한 기억이 난다.

 

아무튼...

중순쯤에 대관령에 폭설이 내렸다 해서 녹을 때까지 기다리다

눈 예보가 또 있어서 말일 다녀왔다.

 

일단 대중교통으로 이동하기에 차 시간이 딱딱 맞아떨어지면 좋겠다

하고 내심 기대했지만...

동서울에서 6:40 첫 차를 탔으나 횡계터미널에서 9시 버스는 놓쳤다.

어쩔 수 없이 10:10 차를 타고 대관령 휴게소 도착 후 바로 선자령을 향한다.

집에서부터 휴게소까지 오는데 다섯 시간 걸렸다. 휴...

 

예보에 따르면 오후부터 구름이 끼고 저녁부터는 비가 내린다고 했는데

화창한 하늘은 아니어도 걷기엔 좋은 날씨였다.

혹시나 해서 아이젠도 준비했지만 쓸 일은 없었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동해.

맑은 하늘이 아니어서 저 멀리 강릉 앞바다가 선명하게 보이진 않았다.

그래서 비교 삼아 10년 지난 옛날 사진을 가져와 봤다.

 

그리고 조그만 난관과 맞부딪히게 되는데...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라스푸티차처럼 등산로가 진흙 뻘밭이다.

전망대 이후 약 800m 구간은 장화가 필요하다.

조심했으나 등산화 및 바지가 진흙투성이가 됐다.

 

거지꼴로 맞이한 풍력발전기의 위용은 언제 봐도 압도적이다.

그리고 선자령.

 

 

이렇게 선자령 찍고 되돌아와서

이제는 대관령 옛길로 가기 위해 갈림길에서 반정으로 하산이다.

무릎이 아파올 예정이라 내심 걱정이 많았는데 무난한 하산길이었다.

 

그에 반해 구절양장처럼 반정 가는 길도 무척 구불구불하다.

더불어 많이 음산하고 많이 낯설다.

보통 등산로라는 게 등날 따라 길이 나는데

여기는 희한하게도 고랑으로 길이 났다.

등날 너머에 호랑이가 숨어 있을 것만 같은...

 

 

대관령 옛길 내리막도 걱정했던 것 보다는 괜찮았다.

관리가 필요해지는 나이라 무릎 걱정이 떠나질 않네...

 

생강나무 꽃이 이쁘게 폈다.

평창 출신인 아버지가

강원도에서는 이걸 동백꽃이라고 부른다고 하신다.

처음 알았다.

참고로 나무위키에도 나온다. 강원도 사투리 맞단다.

 

 

대관령 옛길을 내려오면서 든 생각은

여름에 오면 정말 좋겠다~

계곡이 정말 좋다.

여름이면 숲도 우거질 테고 물도 많을 것이고

발 담그고 있으면 피로가 싹 풀리겠는데~

 

버스 시간이 여유가 있어서 주막터 이후로는 쉬면서 가도 됐는데

하늘이 흐려지더니 빗방울도 떨어지고 해서 쉬질 못 해 아쉽다.

그래도 계곡 구경은 많이 했다.

길가에 현호색도 보고.

 

 

드디어 대관령 박물관에 도착.

비 때문에 중간에 안 쉬고 내려온 게 정말 아쉽다.

버스 시간도 많이 남았는데 말이다.

 

참고로 옛날 사진을 또 가져와 봤다.

금연 7년 기념이 어째 옛날 사진 구경이 된 기분...

 

 

 

여유 있게 강릉역에 도착하고 

때 맞춰서 강릉엔 비가 내려 길이 젖는다.

이게 다 대관령 산신령님 덕분이다.

기회 되면 여름에 대관령 옛길을 다시 걷고 싶다.

 

그리고 금연도 쭉 가는 거다.

금연을 준비하거나 또 금연 중인 나를 포함한 모든 넘들에게

산신령님에 축복 있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