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타고
친구는 도박 중독자 본문
년초에 금연을 결심한 애연가들 많았을 것이다.
그리고 금연에 실패한 도전자도 많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금연에 다시 도전하는 이들을 응원한다.
나에 금연 2,860일을 되돌아보면...
일단 금연 동기를 갖는 자체가 어려웠고,
금단증세를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또한 중요했다고 생각된다.
그렇게 7년을 넘어 두 달을 더 버티면 금연한 지 어느덧 8년.
물론 도박 중독에 비할바가 못 된다는 것을 알지만
흡연도 중독의 범주라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는 정도다.
최근 도박 중독 관련 책, 방송물, 단도박 유튜브 채널을 접하며 얻은 몇 가지를 정리하면...
먼저 루비콘 강을 넘어갈 정도의 뇌에 큰 자극
초심자의 행운,
고배당/고액 승리,
기적적인 손실 만회
등과 같은 큰 자극에 뇌가 노출되면
뇌에 변화가 생기고
이를 방치하면 도박 중독이라는 병에 걸린다는 것.
그리고 도박 중독이라는 병에 걸리는 것은 환자의 잘못은 아니지만
병을 치료하지 않는 것은 환자의 잘못이라는 것.
더불어 도박 중독이라는 병 때문에 일상생활 속 자극에는 더 이상 반응하지 않아
행복이나 만족, 성취감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는 것.
결국은 전쟁 같은 도박 세계에 몸을 다시 던지는 지경이 된다는 것.
끝으로 혹시라도 도박 중독자가 금전을 요구하면 절대로 들어주지 말 것.
이는 도박 자금을 대주는 것과 다를 게 없다고.
애초에 중독은 크게 두 가지 특징을 갖는다 한다.
내성과 금단증세.
내성은 노출이 될수록 자극에 둔감해 지기에 더 큰 자극을 갈망하게 되고,
금단증세는 갈망하는 것을 중단하니 뇌에서 난리가 난다.
그런데 상담 사례를 봐서는 결국은 밑바닥을 찍어야만
도박 자금을 더이상 구할 수 없어야만
중독을 치료할 생각이 조금이라도 드는 모양새다.
아무리 익명이라지만 친구 얘기를 하는 게 마음이 편치는 않다.
그렇다고 밑바닥으로 치달을지도 모를 상황에 손 놓고 보기도 힘들고.
이래저래 마음이 편치 않다.
일단 도박 중독을 스스로 인정한다.
그러면서도 재밌는 도박 오래하는 게 목표란다.
따라서 치료 동기가 없다.
내 경험삼 금연 동기가 없을 땐 옆에서 아무리 뭐라 해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듯이
지금 그런 상황이다.
나름 조절해서 도박하고, 일정기간 참아보기도 하는데
욕구가 미칠 지경이면 정선 앞으로...
그나마 다행이라면 온라인 도박엔 흥미가 없다는 정도.
스스로도 돈, 시간을 허비한 것은 아깝지 않은데
일상이 무료하게만 느껴져 아쉽다지만
역시나 치료할 의사는 없다.
잡기에 관심이 없던지라 처음 얘기 들었을 땐
'한 30만 원 정도 갖고 노는 가 보다' 생각 했는데
뒤에 영이 하나 더 붙는 금액이라니.
이젠 그 금액에 배는 되는 듯.
조절하는 덕분에(?) 아직은 금전적으로 쪼들리는 상황은 아니지만
책 속 중독자 사례를 봐서는 어느 순간 무너질지 몰라
정선 갈 때 통장, 카드 맡기고 가라고 말하지만 웃어넘길 뿐.
통상적인 지출을 최대한 줄이고 모으느라 건강을 등한시하고
재밌는 것 하자고 해도 피곤하다며 자르고
뭔 얘기를 해도 철벽 방어다.
그러면서 최근엔 점점 짜증을 내기 시작하고.
정말 책에 나오는 도박 중독자의 일상과 별반 다를 게 없다.
도박이라는 큰 자극 때문에 소소한 자극엔 둔감해져
생활 모든 게 싫고 피곤하게 느껴지나 보다.
도박 중독자 27명을 상담한 책을 보면
부모나 배우자 등 가족과 함께 상담사를 찾아오거나
제 발로 찾아온 중독자는 있어도
친구와 함께 온 중독자 얘기는 없더라.
이넘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