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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은 호박엿 처럼 달콤하지 않다

OnRainbow 2010. 1. 26. 12:52
지난 주말 게으름을 피다 한낮이 되서야 뒷산을 향해 주택가를 지나가는데...
나들이 나가는지 오리떼 마냥 엄마를 쫓아 아이들이 뒤따른다.

그중 한 꼬마친구가 그런다.
"어디서 호박엿 냄새가 나."

처음엔 내가 피우던 담배 연기 때문에 그런 반응이 나왔나 했다.
그러나 잠시...
골목길 뒷편으로 검은 연기가 파란 하늘을 채우기 시작하더니
이내 시꺼먼 연기로 바꼈다.

그렇다 불이 난 것이다.
어느 옥탑방에서 시꺼먼 연기가 났고,
시뻘건 불길이 창문을 넘어 지붕 까지 집어삼킬 기세다.
적어도 옥탑방은 다 탔다는 얘기 되겠다.

어떤 이는 휴대전화로 어디엔가 전화를 하고,
어떤 이는 신이난 듯 불구경이나 하고,
또 어떤 이는 소방차가 왜이리 늦냐며 애태우고...

멀리서 소방차 사이렌 소리가 들리기에 난 발길을 옮겼다.
인명피해가 없기를 바라며...

지난해 용산에서는 이 보다 더 비참한 상황이 벌어졌다.
백 번을 양보해도 사람의 목숨은 그 어느 것 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공권력 행사 중에 농성자 및 경찰 까지 여섯 명이나 사망했다.

그럼에도 이 파렴치한 이명박 정권하에서는 시쳇말로 생까다가
355일 만에 총리가 유감을 표하고 나서야 농성자 유족이 장래를 치를 수 있었다.

옥탑방의 불길을 멀리서 지켜보는데도 그 공포가 전해지던데
바로 앞에서 불길과 맞닿드려야 했던 이들은 오죽 했을까...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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