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타고
걸어서 서울 한 바퀴 본문
따가운 여름 햇살이 조금씩 힘을 잃어가는 이달 초부터
반백년 살아온 서울을 한 바퀴 돌아볼까 하는데
발바닥에 조금에 문제가 있어 땅끝탑 갈 때처럼 장거리 걷기는 무리겠기에
네 등분으로 구간을 나눠 서울을 한 바퀴 걸어봤다.
서울 지리를 잘 모르는 편이었는데 한 바퀴 돌아보니
강북뿐만 아니라 강남에도 달동네가 많았다.
차로 이동 때는 그런 생각을 가져보지 않았는데
걸어보니 서초동, 도곡동, 대치동 죄다 언덕배기, 산자락 밑이라 길이 기울어져 걷기 불편하다.
물론 압권은 북한산, 관악산 산자락에 있는 동네지만.
올림픽대교를 처음 걸어서 넘었는데
차 타고 지나가며 힐끗 보던 것과는 다르게
올림픽대교의 위용은 위풍당당하니 장군감이었다.
삼전도비 글자는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흐릿하지만
굴종의 역사 또한 역사이니 잘 기억해야 될 것이다.
참고로 노원구에는 '한글비석로'라는 도로명이 있는데
1536년 중종 때 한글로 세긴 묘비가 그 기원이다.
그리고 이 묘비는 한글로 작성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비(碑)란다.
한강에 군함이 있던데 전부터 있던 거였나?
소동이 잦은 양화대교 아치에는 기괴한 구조물이 놓여있었다.
북악터널을 걸어서 통과하다니 오래 살고 볼 일이다.
강남이어도 아파트 단지 구분상가는 공실 천지였다.
주말에 다녔음에도 학원가 아닌 곳에서는 중고생 마주치기 힘든 현실.
그동안 주로 산이나 임도를 걸었기에
도시를 걷는 것은 차량, 신호등, 인파 등으로 매우 불편할 것이라 짐작했으나
걱정만큼 불편하지는 않았다.
땅끝탑까지 걸으면서 달련된 탓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