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타고
한동훈 스스로 더럽히기 본문
어릴 적 아버지를 도와 연탄 날라본 경험에 비춰 봤을 때
아래 장면에는 이상한 점이 몇가지 있다.
1. 빈 수레 밀고 가는데 여섯 명이나 붙잡고 있다
2. 자기 얼굴에 연탄재 묻히는 이상한 사람도 있다
예전엔 겨울을 나기 위해 준비할 것 중
김장뿐만 아니라 연탄을 들여놓는 게 무척 중요한 일이었다.
그리고 연탄은 여러 장 남아 있을 때 미리미리 주문을 해야 한다.
새 연탄엔 물기가 있어서 말리는 기간이 필요해서다.
형편이 조금 어려운 집은 연탄 50장
좀더 어려운 집은 연탄 10장도 주문하지만
보통은 연탄 100장 정도 주문이 들어오고
이 정도면 리어카가 꽉 차는 양이다.
연탄 100장 정도면 평지는 혼자서도 리어카를 끌고 갈 수 있지만
비탈길은 지그재그로도 끌고 가기 힘들어 누군가 뒤에서 밀어야만 한다.
이렇게 뒤에서 미는 게 주로 내 임무였고.
주문이 몰리면 형과 나도 연탄 배달을 도왔는데
한번은 상당한 양의 연탄 배달 주문이 들어왔다.
연탄 1,000장!
연탄차에서 1,000장을 대문 앞에 바로 내려놓고
아버지와 함께 연탄을 보일러실까지 옮기는데,
한 반 정도 옮기고 나서는
손바닥이 아프고 힘도 빠져 연탄집게가 손에서 빠져나가나 싶더니
결국은 연탄집게를 놓쳐서 여러 장 깨 먹고...
그 당시 텔레비전에 연탄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얼굴을 보여주는데
탄광에서 일하는 광부처럼
얼굴에 연탄재를 묻히고 있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아버지 얼굴은 깨끗했거든...
그래서 텔레비전에 나온 사람들은 연탄재가 왜 얼굴에 묻어 있는지 궁금해했다.
그러다 그날 알았다.
연탄 1,000장 나르던 그날 내 얼굴에 묻은 연탄재를 보고서.
한 겨울이라도 힘들게 일하면 땀이 나고
아무 생각 없이 그 땀을 닦게 되고
연탄재 묻은 장갑 때문에 얼굴에 연탄재가 묻는다는
이 간단한 사실을 말이다.
빈 수레 여섯 명이서 잡고 있는 와중에
연탄재 묻은 장갑으로 스스로 더럽히고 있는 한동훈 빼면
나머진 얼굴이 깨끗.
보여주기식 행사라는 게 필요하겠어도,
스스로 연탄재 묻히는 장면을 보니
신성한 삶의 현장을 웃음거리로 만들고 있다는 말 외에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