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타고
둔내역에서 평창역까지 좀 멀리 돌아서 걸어가기 본문
원래는 당일치기로 무난하게 걸어갈 수 있는 구간인데,
개인적으로 봉평을 지나칠 수 없었기에
둔내에서 장평 구간을 봉평을 경유해 좀 멀리 돌아서 갔고,
내친김에 장평터미널을 지나쳐 평창역까지 걷게 됐다.
도상거리 39.5km, 이동시간 11시간 11분.
걷기에 앞서 다음 지도 거리뷰를 통해 이동할 경로를 살펴보다가 눈에 띈 정자.
마침 잘 됐다.
둔내역 근처 김밥집에서 김밥을 준비해서 여기서 아침을 먹으면 되겠군...
그렇게 찾아간 송화정(松花亭).
이름에 어울리게 정자 주변에 소나무와 철쭉꽃이 인상적인데
마암2리 마을 주민들이 관심 갖고 관리한 덕분이겠다.
덕분에 지나가는 객은 잘 쉬었다 갑니다.
해피700을 밀고 있는 평창으로 넘어가기 위해선 태기산을 넘어가야 한다.
태기산은 옛날에 신년일출 보러 간 곳인데...
꼬불꼬불 구 길로 돌아가면 좋았겠지만 시간이 빠듯해
태기산터널을 통과하기로 했다.
얼추 세어보니 태기산에 풍력발전기가 20개나 된다.
화동교차로에서 시작해 태기산터널까지 약 3km 걸어서 45분.
지루한 오르막이 이어지지만 날씨와 경치가 좋아서 힘들어도 걸을만하다.
그리고 태기산터널은 2.8km로 제법 길다.
터널부터는 내리막처럼 보였으나 나중에 확인하니 계속 오르막이었다.
화동교차로에서 태기산터널 봉평 방면 출입구까지의 표고차는 약 200m.
터널을 나오면 면온 휘닉스파크가 바로 보인다.
이제는 해피700 평창의 시작!
그런데 언제 봐도 '해피700'은 뜬금없는 조어로 생각된다.
이전 같으면 지나쳤겠으나 지금은 꽃에 조금 관심이 생겨
모르는 꽃을 보면 사진을 찍어 구글 이미지 검색으로 알아가는 소소한 재미가 있다.
얘는 양지꽃, 제는 얼룩제비꽃이란다.
꽃잎이 손톱만큼 작지만 앙증맞게 이쁘다.
봉평면으로 들어가면서 괜한 고민 시작.
애초에 계획은 장평터미널이었으나, 좀 더 일찍 도착이 예상되기에
오늘의 종착점을 장평터미널과 평창역 둘 중 어느 곳으로 할지 저울질을 해본다.
봉평 막국수를 먹으면 장평터미널, 안 먹으면 평창역.
막국수의 유혹을 뿌리치고 평창역으로 정했다.
다행히 19시경에 출발하는 서울행 반환표도 있고.
평창역으로 바로 가려니 장평터미널 인근 장평 막국수 가게를 지나치는 게 조금 아쉽긴 하다.
장평 가는 길에 육교를 오르는데 관리가 전혀 안 되어 있다.
풀 자라는 것도 모자라 계단이 들떠서 걷기 불안할 정도다.
이에 반해 중간에 쉴 곳이 마땅한 데가 없어 잠시 들어간 메밀꽃유치원.
여기서 함께 놀고 싶을 정도로 놀이터가 이쁘게 조성돼 있다.
예전 장평 지나칠 때 보았던 짓다 말고 버려진 아파트가 깔끔히 색이 칠해져 있네?
거리뷰를 참조하니 2017년쯤에 도색됐나 본데
사람이 사는 것처럼 보이진 않던데 올림픽 때문이었나?
아침 7시반부터 노을이 질 때까지 걸은 거리가 40km를 향해가니
역시나 발이 화끈화끈 불이 난다.
그냥 장평에서 종 치고 막국수 먹을걸...
금당산과 거문산은 10년 전에 종주한 곳이기도 한데
평창역은 금당산 아래 위치해 있었다.
멀리서 보이는 평창역 형상이 왠지 감자떡이 떠오른다.
넘어가는 해를 바라보며 긴 하루가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