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타고
모릿재 넘어 김홍도의 청심대 지나서 진부역까지 걸어가기 본문
둔내역에서 평창역으로 갈 때 일부러 봉평을 거쳐 가느라 많이 돌아서 갔듯이,
이번 평창역에서 진부역으로 갈 때도 개인적 일로 마평을 거쳐서 가느라 많이 돌아가게 됐다.
자 그럼 출발~
나뭇잎이 반짝반짝 빛나는 5월,
5월이 계절에 여왕이라는 칭호를 괜히 받는 게 아니라는 것을 다시금 느끼며
일단 서울대를 향해 걷는다.
참고로 서울대는 평창에도 있다.
거문산, 금당산 아랫 자락에 위치한 서울대 평창 캠퍼스 안을 걸어볼까 했으나
왠지 적막해 보이는 캠퍼스...
좀 더 걸으니 갈림길이 나타났다.
직진은 평창, 좌측은 마평.
난 마평 방면인 왼쪽으로.
겹겹이 쌓인 산 능선을 보니 '오늘도 갈 길이 멀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말라죽어가는 나무처럼 보여도 잎이 자라는 것을 보니 생명력이 놀랍다.
그리고 삭풍에 나뭇가지 잘려 나가도 의젓한 소나무도 멋있고.
신리초등학교 이후 청심대까지 식당은커녕 편의점도 없다.
즉 도시락이 필요하다.
때마침 나무 그늘이 한적한 자리가 나타나 싸 온 도시락을 먹고 좀 쉬다 다시 출발~
저기 보이는 관광버스도 그늘에서 식사하러 찾아왔다.
봉평 갈 때 넘었던 태기산터널도 해발 700m가 넘었는데
이번 모릿재터널도 해발 700m가 넘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태기산터널 보다는 많이 짧다는 것.
겨울 동안 얼었던 땅이 녹으며 곳곳에서 밭갈이를 하는가 싶더니
어느새 작물이 많이 자랐다.
강원도 아니랄까봐 이 밭 저 밭 온통 감자~
그리고 향이 나는 작물이 있어 검색하니 산마늘이란다.
작물만 본 것은 아니고 5월 답게 꽃도 여럿 봤는데
도롯가에 하늘매발톱이 자주 보인다.
조금 따분함을 느낄 즈음에 나타난 청심대~
김홍도의 그림처럼 보려면 강을 건너야 하는데 그 정도 정성은 없기에
바로 청심대에 올라선다.
이후 오대천 따라 수항 방면으로 좀 더 가서 볼 일 좀 보고, 다시 되돌아 진부를 향해 올라간다.
옛날에는 오대천이 수심이 깊었다는데 지금은 잡풀이 우거지고 수심도 얕아 보인다.
그리고 저 바위는 정선에 있던 바위인데
오대산 월정사 구경을 가려다 부정을 타서 못 가고
저기 저렇게 멈췄다고 바람이 알려준다.
이쯤에서 시간을 확인하니
예매한 기차 시간에 맞추려면 발바닥에 땀나게 걸어가야겠다.
도로 따라 걷는데 그나마 산 밑이라 그늘이 져서 햇살을 피할 수 있어 다행이다.
그늘진 길 반, 햇볕 내리쬐는 길 반...
진부에 도착하니 지친다.
마침 길가 옆 하나로마트에 들러 찬 물과 누가바 하나로 더위를 식혀본다.
평창역에서 30km를 걸어 진부역에 도착.
진부역도 평창역처럼 산 밑에 있어 위로 좀 오르는데
차들이 많아 진입로가 주차장이다.
마을과 거리를 두고 있지만 평창역에 비해 이용객이 많다.
아마도 주변에 오대산, 월정사, 상원사 같은 관광지가 있어서 인 듯.
이제 강릉까지 얼마 안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