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타고
때 아닌 눈 날리는 날 제천역에서 강승월휴게소까지 걸어가기 본문
예보에 따르면 비가 온다고 한다.
그래서 언제나처럼 접는 우산을 배낭 속에 하나 넣고 출발한다.
일주일 만에 다시 찾은 제천역은 평온함 그 자체였다.
날씨가 이렇게 맑은데 무슨 비가 오겠어?
걷는 중간에 건물 사이로 빼꼼히 보이는 언덕? 동산인가?
나름 산이었다.
정봉산 또는 남산이라고.
걷다가 제천에 왔으니 전화라도 해봐야지 않겠나?
그사이 전화번호가 바뀌었다면 할 수 없고...
다행히 신호가 떨어지고
다행히 친구였다.
언제지? 마지막으로 본 지 20년은 넘었나 보다.
죽지 않고 살아 있으니 이렇게 보게 돼네...
함께 학교 다닌 시간은 고작 1년이지만
서로 감출 것 없이 저렴하게 놀았기에
오랜만에 만나니 반갑고 수다가 끝이 없다.
제천 외곽에 내려주고 친구는 일터로, 나는 다시 걷고.
저 멀리 명지병원 뒤쪽에서 눈구름이 다가오고 있다.
비보다는 차라리 눈이 낫지.
했는데 너무 오는데!
눈을 피할 수 있는 처마가 있는 쉼터가 나타나 가져온 도시락을 먹다 보니 날이 개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내리는 눈.
아까보다 더 많이 내린다.
고개 하나 넘어야 하는데 좀 멈춰주면 좋겠구만...
얼래?
강원도네...
느릅재를 넘으니 나름 눈 세상이다.
이렇게 짓궂은 날에는 컨디션도 별로고,
미리 확인한 시내버스 시간도 다가오고,
쌍룡역까지 걷기로 한 계획은 다음번에 한 시간 더 걷는 것으로 미래의 나와 타협하고,
강승월휴게소가 마주 보이는 산막골 버스정류장에서 일정을 마무리한다.
다음번엔 좀 빡세겠군...
지난번에 산길샘 어플이 업그레이드가 됐는데 사용자 UI가 산만하다.
안 하니만 못한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