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타고
걸어서 온양온천역에서 예산역 가기 본문
다행히 기차표를 구해 궁둥이 통증 없이 온양온천역에서 이어서 걷기 시작한다.
그런데 예보와 달리 날씨가 화창해서 긴소매 윗옷을 입고 온 것을 후회한다.
조금 걸으니 도심지에서 벗어나 한가로운 주택가가 나오고
좀 더 걸으니 저수지가 나오며, 저수지 주변으로 산책하는 이들이 많다.
나름 인기 지역인가 보다.
저수지를 향해 가는 길에 작은 마을을 가로질러 가는데 정자가 세 개가 연이어 나타난다.
하나는 개인집 마당에 세운 거, 또 하나는 마을에서 세운 거, 다른 하나는 정자가 아니라 우물 지붕?
우물에 이름도 있다.
흑석정(黑石井)
현판에 보면 1985년5월15일 건립한 것으로 나온다.
우물을 둘러싼 소나무가 사연 있어 보인다.
괜히 최단 경로 선택해서 뒷동산 하나 오르고
길처럼 보이지 않는 길을 따라 걸으니
다음 지도를 믿고 계속 Go를 할 것인가, 아니면 Stop을 하고 뒤돌아갈 것인가 몇 번을 생각했다.
다행히 길은 나와줬다.
가는 길에 만난 무슨 전원주택단지? 타운하우스? 처럼 보이는 마을 바로 뒷동산에는
돼지인지 닭인지 축사에서 나오는 냄새가 참으로 인상적이다.
한여름에는 과연 어떨지...
혹시라도 시골에 집 알아볼 때는 근방에 축사가 있는지 확인해야 되겠다.
오늘에 주요 이정표는 순천향대학교다.
순천향대학교 본교가 여긴 줄 처음 알게 됐는데
학교 부지가 정말 넓다.
지방대의 이점이랄까.
그렇다 해도 생각한 것보다 정말 넓고 큰 건물도 많다.
주변엔 원룸이 빼곡했고.
학생수가 궁금해 식당 주인에게 물어보니 모른다고...
검색하니 1만 명 정도란다.
많네~
점심 먹고 이제는 작은 고개를 넘어 좋아하는 온천이 있는 도고로 향한다.
그러고 보니 좋아하면서도 온천에 안 가본 지 꽤 오래됐군.
그리고 오늘에 목적지 예산이 17km 앞에 있다.
그에 앞서 충혼탑에 눈도장 찍고 가자.
소싯적에 친구들하고 도고온천에도 놀러 오고 했는데
황금들녘을 가로질러 다다른 온천장 주변 분위기는
우리 망했어요???
정말이지 휴양지 분위기 하나 안 난다.
사진에 나온 건물 말고도 뒤편에 큰 건물도 뭔가 싸늘해서 검색하니 휴점 상태였다.
차량은 계속 지나다니던데 마을에 보이는 사람은 나랑
버스를 기다리는 소녀 그리고 하천 둔치에 있는 가족 2팀이 전부.
휴일임에도 작은 다리 위에는 포토존이 홀로 우두커니 서있다.
그리고 의외의 도서관.
이어령도서관.
검색하니 작년 2023년에 개관한 것으로 나온다.
추억은 이쯤에서 끝나고 이제는 본격적으로 예산역을 향해 걷는다.
차량 소음을 피해 마을 뒷길로 돌아갈까 생각도 했지만 국도를 따라 걷기로 한다.
그 와중에 심심해서 홀로 기념사진을 남기고.
예산에 진입하면서 다른 곳과 달랐던 것은
은행 떨어진 것은 숱하게 봤어도 감 떨어진 것은 또 처음이네~
은행은 길에 떨어진 것을 봐도 그 특유의 향 때문에 거부감이 큰데 반해
감은 정말 아깝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리고 예산 도심지까지 이어지는 4km 넘는 직선에 가까운 벚꽃길.
해남 땅끝 갈 때도 느꼈지만 힘든 건 어떻게든 적응을 하겠는데
긴 직선 구간은 정말이지 지루했다.
벚꽃 피는 봄에 왔다면 지루함을 못 느끼려나?
괜히 궁금해지는군.
처음 본 예산 느낌은 아산과는 다른
전형적인 시골.
그동안 지나친 여느 시골과 다른 점이라면 젊은 사람, 어린아이들이 보인다는 것.
파리바게트가 있는 것으로 봐서는 아마도 주요 상권인가 본데
참으로 한가하다.
그에 반해 예산역 앞에는 장이 서서 나름 사람이 보이는데
시간도 늦어 파장 분위기에 비까지 내려서 썰렁하긴 매한가지.
그렇지만...
번잡한 거 싫어한다면 이곳도 나름 좋은 선택지가 될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