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타고

천안에서 온양온천역을 향해 걷는데 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엄청 많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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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에서 온양온천역을 향해 걷는데 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엄청 많네

OnRainbow 2024. 10. 1. 22:10

궁둥이에 살이 없어서 딱딱한 의자에 오래 앉지 못하는 편인데...

천안역까지 전철 타고 가려니 와~ 미치겠네.

 

지난번에 이어서 온양온천역을 향해 걷기 위해 사전에 다음지도로 이리저리 경로를 구상해 봤다.

산을 좋아하니 천안역 근처 작은 동산 하나 찍고 시작하면 되겠군.

산 이름은 일봉산.

흔히 봉이 모여 산이 된다고 하는데

이 산은 봉이 하나다?

그 일봉이 아닌 느낌이 들어서 한자를 찾아보니 日峰山이다.

一峰山이 아니라. 

아래 사진에 재밌는 장면이 있는데 '봉'자의 한자가 서로 다르다.

하나는 日峰山, 다른 하나는 日峯山.

뜻만 통하면 되는 건가 보다.

 

그런데 작은 동산임에도 중간에 태양광 발전 단지가 능선길을 가로막아

짧은 거리지만 능선길에서 한 번 내렸다가 다시 올라가야 했다.

 

 

 

사전에 다음지도를 훑어보며 아파트가 많구나 생각은 했지만

천안아산역 인근을 지나며 모습을 드러낸 아파트 단지는 상상한 것 이상으로 많았다.

 

이동 중에 친구와 통하하는데 (부처님 손바닥 안에 손오공처럼) 이 친구 본적이 온양이라며

거기 아파트 밖에 볼 게 없는데 왜 갔냐고 한다.

더 놀란 것은 이 많은 아파트가 있는데도 여전히 짓고 있는 중이었다.

 

요즘 읽고 있는 책 「물질의 세계」에 보면 모래에 관한 얘기가 나오는데,

인류가 모래를 갖고 만들어낸 것이 크게 세 가지.

하나는 유리, 다른 하나는 반도체, 나머지 하나는 콘크리트라고 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그 콘크리트를 갖고 만든 것 중 하나가 아파트.

예상을 벗어난 많은 아파트를 마주하니

사상누각(沙上樓閣)이라는 말이 좀 달리 느껴지는 기분이다.

모래는 더 이상 바닷물에 힘 없이 쓸려 포말 속에 사라지는 존재가 아닌

다른 거대한 무엇이 된 것처럼.

 

 

 

마침 의자가 나타나 쉬려는데 뒤편으로 학교가 하나 보였다.

이순신고등학교~

장군 이름으로 학교명을 쓰니 낯설지만 재밌군.

검색하니 작년 2023년에 개교했단다.

 

 

 

날씨는 가을 답지 않게 저번처럼 여전히 더웠다.

온양온척역을 향해 걸으며 이미 매진된 무궁화호 기차의 반납표를 기다렸지만

한발 늦게 찾아내 곧 매진되기를 삼세번.

 

궁둥이에 욕창 날 것만 같은 고통을 이겨내며 서울행 전철을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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