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타고
날은 흐리지만 예산역에서 홍성역까지 걸어갔다 본문
일기 예보에 따르면 흐리다고 한다.
그 정도로는 내 발걸음을 잡지 못하지.
예산역에서 이어서 출발한다.
시작부터 기념으로 사진 하나 박아준다.
공사로 인해 갓길 폭이 거의 없어서 불안 불안하게 걷는다.
여기에 바람막이 해줄 건물 하나 없는 도로 위에서 찬 바람 맞으니
이 짓을 왜 하나
그 생각이 잠시 스쳐가지만
윤봉길 의사의 응원을 받으며 꿋꿋하게 걸어간다.
고개 숙이고 있는 해바라기가 해가 사라진 오늘에 날씨를 대변해 주고 있다.
드넓은 논밭을 지날 때면 왠지 모르지만 마음이 풍요로워진다.
그러나 한여름 뙤약볕 아래서 일할 걸 생각하면 아찔하겠고...
오늘에 주요 이정표는 삽교역.
이쯤에서 점심을 해결해야 하기에 주요 이정표가 됐는데
삽교역에는 아무것도 없고 조금 떨어진 읍내에 있는 중국식당이 별점이 높기에 찾아갔다.
나는 중국식당에서 짜장면, 짬뽕보다는 보통 밥 종류로 시켜 먹는 편인데,
여기선 모처럼 짜장 곱빼기를 주문했고
2인분에 가까운 짜장면을 보고는 순간 머리가 정지하는 기분이었다.
이거를 다 먹을 수 있을까?
맛있게 잘 먹었다~
삽교에도 무슨 개발 바람이 부는지 토지 보상 현수막이 걸려 있다.
환지 방식이란 걸 보니 토지 보상으로 농토로 받기를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무래도 생계인 농사를 계속 이어가려면 돈보다는 토지로 받는 게 당연하지만
제대로 농사지을 만한 땅을 개발사 측에서 구할 능력이나 의지가 있을지는 미지수?
그건 그렇고 뜬금없이 공원에 전투기가 두 대나 놓여 있다.
하나는 그 유명한 F-4 팬텀, 다른 하나는 제공호 롤 모델인 F-5.
점심시간부터 빗방울이 한두 방울 떨어지더니
이제는 우산을 쓰지 않으면 젓을 정도가 됐다.
그러지 않아도 흐린 날이라 전망도 없는데 우산까지 쓰게 되니
이 짓 왜 하나...
지도에 보면 저 멀리 흐릿하게 보이는 산이 용봉산 되겠다.
용봉산은 20년 전에 지인과 함께 올라본 산인데
나지막 하지만 바위산이라 무척 재밌었던 산행으로 기억되고
산줄기 끝까지 걸어가니 따끈따끈한 온천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온천탕에서 푹~
흐린 날에 비까지 내리니 기분이 가라앉은 가운데 밤 줍기라는 작은 이벤트.
도로변에 밤송이가 바닥에 굴러다니길래 하나둘 찾아서 밤톨을 줍는데
재밌네~
차들이 많이 다니는 국도를 피해 농로로 걷느라 돌아서 왔지만
홍성이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예매한 기차 시간이 좀 남아서 시내 방면으로 들어가 보는데
날이 흐려서인지 길에서 사람 보기 힘들었다.
그런데 김좌진 장군님이 날 반길 줄이야~
여기도 뭘 하려는지 격자로 구획된 빈 땅이 홍성역 앞에 넓게 펼쳐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