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타고
들썩이는 광천 축제를 뒤로하고 한적한 보령으로 간다 본문
날이 흐리고 조금 쌀쌀하다.
그래서 장갑을 준비했지~
쌀쌀한 바람을 바로 맞으면 맨손이 많이 시리기 때문.
장갑 하나만 껴도 잠바 하나 입은 만큼 몫을 한다.
다시 찾은 광천역은 10월 행락철답게 축제 준비로
교통경찰 및 장돌뱅이 그리고 각설이가 분주히 움직인다.
그런데 각설이가 켜 놓은 스피커가 정말 짜증 날 정도로 시끄럽군.
광천역 앞이 주 무대인가 했는데 걸으며 보니
진짜 주인공은 좀 떨어진 토굴새우젓길에 위치한 점포가 아닌가 한다.
점포마다 규모도 크고 토굴 앞에서 직접 작업하는 모습도 보인다.
시끄러운 공간은 나와 거리가 멀기에 얼른 벗어나 외진 길로 걸어간다.
둑방길.
고요 그 자체다.
얼마나 고요한지 둑방길을 어기정 거리는 까투리도 여럿 보인다.
그리고 마주친 정자.
아~
당당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정자를 보니
보온병과 커피를 갖고 왔으면 정말 좋았겠다
라는 생각이 바로 든다.
입간판이 나오는데 이제 보령에 진입한 건가?
입간판에 나온 오서산 억새는 이뻐 보이지만 내 기억엔 그 정도는 아니었는데.
영화 촬영 장소인가 보다.
청소.
덩굴이 버려진 집을 삼켜먹는 외진 마을임에도 차들이 연이어 나타났다 사라진다.
그리고 관광객으로 보이는 보행자도.
그러나 참으로 쓰디쓴 추억을 안겨준 청소.
짬뽕밥, 넌 내게 모욕감을 줬다고!
둑방길에서 한참을 바람 맞고 걸었기에 몸 좀 풀 겸 모처럼 짬뽕밥을 주문했는데
소금물에 간장을 푼 건가?
삽교역에서 먹은 짜장면 곱빼기가 연실 떠오른다.
이제는 더욱더 사람 마주칠 일 없는 길로 걸어간다.
이 정도만 돼도 시골길 걷는 기분 난다.
신나라~
저건 콩밭인가? 잡초밭인가?
무슨 풀인가 검색하니 핑크뮬리.
이국적이다.
나무위키에 따르면 2급 유해종이라 한다.
보에 구조물이 특이하다.
위에 올려진 구조물은 물막이로 쓰려나 보다.
날씨가 흐려서 망정이지 햇볕 쨍쨍이었다면 많이 지쳤을 듯한 긴 논길이다.
저 멀리 다음 여정 때 걸을 산 옥마산이 정상부는 구름에 가린채 모습을 반만 드러냈다.
아직 못 가본 산이라 어떨지 기대가 되는데
멀리서 보기엔 능선이 쭉~ 이어지는 것이 걸어봄직한 산으로 보인다.
작년 시간에 쫓겨 겨우 정상만 찍은 해남 달마산에 달마고도가 불현듯 떠오른다.
여느 지방 도시처럼 이곳 분위기도 썰렁...
여느 지방 도시처럼 쇠퇴하는 구 시가지...
인구는 한정되어 있고 여기에 더해 인구가 줄고 있는 마당에
대규모로 신 시가지를 만들어 버리니 구 시가지 쇠퇴는 불을 보듯 뻔할 수밖에...
오늘 여정에 종착지는 대천역.
예매한 기차표 시간보다 너무 일찍 도착하여 그나마 덜 기다리는 고속버스로 서울을 향해 간다.
시간은 기차와 비슷하게 강남까지 2시간 반 걸렸다.
역시 난 기차보단 버스가 체질에 맞아~
아래로 내려갈수록 주말 기차표 예매가 힘겨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