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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타고
처음엔 무슨 소린가 했다. 오리떼인가? 아니면 철새떼? 우수경칩에 개구리 입 떨어진다더니, 바로 그 녀석이었다. 밝은 대낮에도 여기저기 정신 없게 울어댄다. 소양강댐을 넘어 걸을 생각은 없었는데 원주를 걷는데 소양강댐 건너편이 왠지 궁금해~ 그래서 날씨 봐서 걸어야지 생각 했고 그날이 이날. 대중교통편으로 청평사까지 가는 길은 수월했다. 춘천역에서 내려 청평사 들어가는 북산2번 버스를 시간 맞춰 타면 된다. 단지 시간이 많이 많이 든다. 집 나와서 청평사까지 세 시간. 이날 하루 종일 여섯 시간을 걸었는데... 오가는데만 여섯 시간이 걸렸다. 청평사 반대편인 하우고개를 향해 걷는다. 그런데 도로 한가운데 울타리가 반쯤 막고 있는데... 왜 그랬는지 조금 걸어보니 알겠더라. 하우고개까지 낙석의 연속. 낙석..
치악산은 두 번인가 세 번인가 오른 산이다. 한 번은 꿩 전설이 있는 상원사까지 치악산 능선을 종주했는데 그때는 구룡사까지 바로 가는 버스가 있어서 지금 보다는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 편했다. 고속버스로 원주터미널에 도착. 난 술을 안 마셔서 밤 문화를 잘 모르는데 저 멀리 현수막이... 제대로 본 거 맞아? 예상은 했지만 고개가 많았다. 일단 원주부터가 고개다. 물론 고개만 있던 건 아니고 강원감영이라고 옛날 건물도 있다. 정문 옆에서 부분적으로 보수 공사 중이지만 관람은 가능하다. 한식부페 별점이 괜찮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서느라 밥도 못 먹고 나왔는데 내가 양 것 먹어주마~ 그런데... 작년에 땅끝까지 가면서 정기휴일에 초상집까지 만나봤지만 결혼식은 또 처음이네~ 맛짱 한식부페 따님의 결혼을 축하합니..
여기저기 걷다 보니 불현듯 떠오르는 이가 있었으니 연암 박지원. 이참에 열하일기를 읽어봤다. 넘들은 실학자인 박지원의 이용후생에 관심 갖겠지만 나는 그가 이동한 거리가 궁금했다. 압록강 이후로 하루하루 기록된 이동거리를 취합하니 비 때문에 머문 날도 있지만 짧게는 30리, 길게는 100리를 이동했으며 하루 평균 72리를 이동했다. 10리가 4km이니 하루 28.8km를 이동한 것이다. 1780년에 압록강부터 연경(북경)까지 이동하는 게 고행길이라는 것을 직접 가보지 않아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데, 그래도 양반이기에 마부가 끄는 말을 타고 이동했다고 한다. 그런데 압록강에서 연경까지의 날짜별 이동거리를 취합하면 1,875리인데 책에 기술되기는 2,030리라 한다. 이 차이가 생기는 이유는? 그건 그렇고...
무인역인 삼산역 주변은 시골 그 자체다. 민가 몇 채 빼면 아무것도 없다. 때문에 준비해 간 전투식량과 쌀국수는 삼산역 주변에 대충 걸터앉아서 해결하고 출발. 그 사이 아마도 도보 여행자로 보이는 이가 다리 건너 원주를 향해 씩씩하게 걸어간다. 역 맞은편 다리를 건너면 양평을 벗어나 강원도 원주 땅이다. 미리 다음지도를 통해 이동 구간에 어떤 장소가 있는지 참고했는데 조금 유명한 구름다리가 있는 소금산을 옆에 끼고 돌아가게 된다. 나는 산에 인위적인 구조물 설치하는 것 무척 싫어한다. 걸어서 못 올라가면 마는 거지, 굳이 구조물을 왜 만들어! 아무튼... 그렇게 걷다 보니 드디어 소금산이라는 데가 나타나는데 역시나 산은 산이 아니라 유원지가 되어 있었다. 구름다리가 하나인줄 알았는데 두 개네? 그리고 무..
가수 차이가 부릅니다. 백치 아다다 서울에서 아시안게임 벌어질 때쯤이었다. 나이 30 전후의 젊은 선생님이 그것도 수학 선생님이 그것도 남자 선생님이 그것도 남학생들만 있는 교실에서 수학 수업 시간에 노래 백치 아다다를 가르쳐 주셨다. 왜지? 노래가 나온 지 한참이 뭐야 30년이나 지난 노래를... 뭐라고 했을 텐데 이유는 기억 인출에 실패했다. 이 노래는 원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생각난 김에 노원중앙도서관을 찾아 읽어봤다. 단편 소설이라 슬퍼지기도 전에 소설은 끝난다. 차라리 노래가 더 슬프다. 그런데 난 이런 슬픈 이야기, 그중에서도 한(恨) 맺힌 이야기 매우 싫어한다. 대표적으로 아리랑 부류의 이야기 말이다. 한 맺혀 마음 고생하지 말고, 차라리 복수해!! 아무튼... 백치 아다다 노래가 떠올라..
저번엔 소양강댐까지 북한강변을 곁에 끼고 걸었기에 이번엔 남한강변을 따라 양평 끝, 경기도 최동단 기차역인 삼산역까지 걸어봤다. 물론 구간을 놔눠 걸었고 거리를 합해보니 99.9km 이동. 상계역 → 팔당역 → 아신역 → 지평역 → 삼산역 그동안의 걷기 중에 마주친 재래시장 중 가장 활기찬 분위기를 보여준 구리시장. 한강은 언제 봐도 광활하다. 이때가 1월말이라 날이 추워서 자전거 타는 이 없겠다 생각했는데 의외로 있다. 날 풀리는 3월부터는 미어터지지 않을까? 팔당댐은 옛날에 한번 자전거를 타고 온 적이 있는데 여길 걸어서 올 줄은 꿈에도 생각 안 해 봤다. 팔당댐 뒤에서 보니 물을 한가득 담고 있던데 한수원에겐 저게 다 돈이겠다. 남한강변에도 북한강변 못지않게 산이 제법 많고, 많이 오르기도 했다. ..
어릴 적 아버지를 도와 연탄 날라본 경험에 비춰 봤을 때 아래 장면에는 이상한 점이 몇가지 있다. 1. 빈 수레 밀고 가는데 여섯 명이나 붙잡고 있다 2. 자기 얼굴에 연탄재 묻히는 이상한 사람도 있다 예전엔 겨울을 나기 위해 준비할 것 중 김장뿐만 아니라 연탄을 들여놓는 게 무척 중요한 일이었다. 그리고 연탄은 여러 장 남아 있을 때 미리미리 주문을 해야 한다. 새 연탄엔 물기가 있어서 말리는 기간이 필요해서다. 형편이 조금 어려운 집은 연탄 50장 좀더 어려운 집은 연탄 10장도 주문하지만 보통은 연탄 100장 정도 주문이 들어오고 이 정도면 리어카가 꽉 차는 양이다. 연탄 100장 정도면 평지는 혼자서도 리어카를 끌고 갈 수 있지만 비탈길은 지그재그로도 끌고 가기 힘들어 누군가 뒤에서 밀어야만 한다..
한참 재미들인 걷기. 한 겨울이지만 눈 이겨내고, 추위 참아내며 걷는다. 춘천 소양강댐을 향해. 소양강댐은 건너편 오봉산 가느라 세 번은 간듯하다. 참고로 소양강댐 사면에 보면 지그재그로 길이 나 있어서 이용 가능하지 않을까 했으나, 제한구역인지 막아 놨다. 때문에 소양강댐 정상까지 좁은 도로 따라 걸어 올라야 했다. 지금은 전철이지만 예전 경춘선 열차 타고 간 곳이 많다. 오봉산, 삼악산, 금병산, 호명산, 천마산, 연인산, 검봉산, 굴봉산, 화야산, 축령산, 대금산, 연인산, 백봉산... 기억 안 난다. 이번에도 구간을 나눠 걷는다. 상계역 → 금곡역 → 대성리역 → 가평역 → 강촌역 → 남춘천역 → 소양강댐 118km. 춘천은 가끔 지나치곤 했는데 역시 걸어보면 와닿는 게 다르다. 아파트 많이 지어..